중앙아시아 서남부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전 국토의 90%가 사막이다. 수도 아슈하바트는 거대한 카라쿰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19일 대통령궁과 국방부 등 주요 정부 청사들이 밀집해 있는 네자비시마야(독립) 거리. 휴일이어서 그런지, 청소하는 사람 외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높이가 무려 75m에 이르는 아치형 대형 동상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있는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65) 대통령의 황금 동상과 초상화가 사람들보다 더 많아 보였다. 도시는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 98년 세워진 높이 75m의 아치형 동상. 꼭대기에 있는 것이 높이 12m에 이르는 니야조프 대통령 황금상이다.


◆자원부국 투르크메니스탄=사막과 모래바람투성이의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10조㎥로 전 세계의 10%를 차지하는 '가스 제국'이다. 석유 매장량도 880억배럴. 에너지 자원이 국가의 원동력이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 다니옐랸 안젤리나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1달러(약 1050원)면 60ℓ의 기름을 살 수 있다"며 "세계에서 기름값이 가장 싸다"고 자랑했다. 생수 1병 값이 9500마나트(400원)로, 물값이 기름값보다 비쌌다. 가스와 전기 요금은 무료이며, 대중교통과 전화 이용료도 거의 무료다. 2달러면 비행기를 타고 국내여행을 할 수 있다. 공무원 메일리스 아타예프는 "투르크메니스탄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개벽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독재국가=니야조프 대통령은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대통령으로 15년째 통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985년 공산당 서기장 때부터 무려 20년 동안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배하고 있다. 99년 의회의 대통령 임기제한 폐지로 종신대통령이 됐다. 그는 개인숭배를 강요하며 반정부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공공시설과 복지에 투자해 국민들의 생활을 보장하면서 민심을 달래고 있다.

그는 자신을 '투르크멘바시'(모든 투르크멘인의 아버지)란 이름으로 부르도록 했고, 궁전과 이슬람사원, 공항을 자신의 이름을 따 개명하는 등 우상화 작업에 몰두해왔다. 방송과 신문은 오직 대통령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다.

대통령 선전이나 해대는 국영방송에 식상한 투르크메니스탄 국민들이 외국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설치한 대형 위성 안테나들이 아슈하바트 시내 아파트를 뒤덮고 있다. 정병선특파원

◆러시아와 미국의 각축=미국과 러시아가 투르크메니스탄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카스피해'라는 세계 제2위의 원유 보고(寶庫)를 끼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카스피해 자원개발을 위해 투르크메니스탄과 전략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향후 25년 동안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의 러시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최대 고민은 석유·가스산업을 다변화하는 것. 다우레타바드 가스전(田)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에 이르는 가스관 건설을 위해 미국과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민주화혁명 가능하나=옛 소련권에 일고 있는 민주화혁명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미약하다. 이 나라는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다. 야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화혁명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내부보다는 외부의 힘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인접국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정정불안이 한 요인이 될 수 있고, 국제사회의 독재체제 비난과 경제제재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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