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태어난 수연이(7개월), 민철이(12개월) 등 6명의 아기가 재소자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조선일보 12월 24일자 A1면, 12월 26일자 A3면 보도〉에 뒤늦게 산타가 찾아왔다. 첫 산타는 탤런트 고현정씨. “크리스마스 이브에 읽은 ‘여섯 천사’ 얘기가 명치 끝에 얹힌 것 같았다”는 고씨는 “1% 기부 운동을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망설이다 이참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수입 중 '1%'를 기부하는 '1% 도네이션(기부)'을 시작한다. 3~4개의 자선단체에 자신의 수입(연간 20억~30억원으로 추산) 중 각각 1%씩(총 3~4%)을 기부하는 운동. 고씨는 "청주 아기들과 그 첫걸음을 시작하고 싶다"며 "정서발달을 위해 AV(오디오·비디오) 시스템 및 문화용품을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앞으로 '우리이웃'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저는 비록 1%밖에 못 드리지만 100명, 500명이 모여 100%, 500%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고씨의 희망사항이다.
크고 작은 마음의 선물들도 답지하고 있다. 익명의 대학교수는 "추운 겨울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따뜻한 옷을 보내고 싶다"며 6명 아기의 성별과 사이즈를 물어왔다. 녹음실을 운영하는 독자 최규일씨는 "아기들에게 구연동화 CD를 만들어 매달 보내주고 싶다"고 전해왔고, 아동책 출판사 '비룡소'는 "교도소 내 놀이방 한쪽 벽면을 아기들의 서가로 채워주고 싶다"며 영유아용 그림책 200권을 교도소에 기증키로 했다.
청주여자교도소 쪽으로도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교무과 전병미 계장은 "첫 기사가 나온 성탄 전날부터 매일 10여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느 보육원에서는 아기들이 다 컸다며 남은 기저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는 대안 마련을 고민 중이다. 여성가족부 양승주 가족정책국장은 "교도소에서 아기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고 놀랐다"면서 "아동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양육·부모상담 프로그램 등 할 수 있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해 마련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국 여성 수용자(3174명)의 75%가 자녀를 둔 엄마라는 점에서, 선진국처럼 정부가 재소자와 교도소 밖 자녀들과의 관계 지속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뉴욕의 베드포드 힐스 여자교도소는 여름방학이면 재소자의 청소년 자녀들을 대상으로 1주일간의 캠프를 열어, 낮에는 교도소의 엄마와 지내고, 밤에는 자원봉사자 집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을 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네브래스카 여자교도소는 한 달에 5일 밤을 자녀들과 지내도록 한다. 독일의 프레잉게스하임 교도소는 아이가 5세까지 교도소 내 일반 주택처럼 꾸민 '모자의 집(mother- child house)'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모범수이거나 복역기간을 절반 이상 산 재소자는 교도소 밖 자녀의 집으로 출퇴근하며 가사와 양육을 거들 수 있다.
미국 샘 휴스턴 주립대에서 범죄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빛나씨는 "영유아는 물론 청소년들도 엄마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서로 교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라면서, "재소자의 자녀들이 건강한 인격체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