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무당은 간판만 다르지, 동업자야. 소설가는 음악도 없이 굿하는 사람이야."
무당 김금화(75) 씨가 정초에 찾아 온 소설가 이경자(58) 씨에게 덕담을 건넸다. 작가 이씨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82호인 김씨를 작중 인물로 등장시켜 무속의 세계를 정면으로 그린 장편소설 '계화'(생각의나무)를 펴냈다. "김금화 선생과 알고 지낸 지 벌써 30년 됐어요. 소설가는 무당처럼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춤과 노래, 재담 등 종합 예술가인 무당의 능력 중에서 서사의 기능만 발휘하는 거지요."

김씨는 소설가 황석영씨 같은 문인들과도 절친한 사이다. 일부 베스트셀러 출판사들이 그의 굿 효험을 봤다는 소문이 나자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새 출판사가 입주할 때마다 굿판을 벌인다.

소설 '계화'는 신이 내려 무당이 되려는 여인들에게 행해지는 내림굿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사람이되 무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지닌 구도자적 의미를 형상화한다. '무당들은 행복한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불행해서 널 찾아왔다가도 행복해지면 침을 뱉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러워도 하지 말고 노여워도 하지 말고 원망도 하면 안 된다. 무당은 아픈 사람, 억울한 사람,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태어났단다...'

작가 이 씨는 "한 인간에게 내재된 무당의 숙명은 어느 계기를 맞아 발화되는 고통을 통해 드러나는데, 무당이 되지 않으면 광인 혹은 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 속에서 무병을 앓는 여인들에게 내림굿을 행하는 신어머니 계화의 모델이 바로 김금화 씨다. 서울 이문동 자택에서 만나 보니, '갸름한 얼굴, 커다랗고 꼿꼿한 키, 뭔가 고독하고 뭔가 서럽고 서운한 느낌을 자아내는 표정'이라고 쓴 작가의 묘사가 그대로다.

"최근 3년 동안 불경기 탓인지 굿을 해달라는 주문이 줄었어요. 우리가 뭐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올해도 경제가 좋아지기는 힘들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날 텐데, 하느님 믿는 사람, 부처님 믿는 사람, 신당(神堂)을 믿는 사람 다 각자 신께 기도를 드려야 해요."

작가 이씨는 12세 때 성당에서 영세를 받았다. “굿을 미개인의 상징이라고 보지만, 굿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입니다.” 이 씨는 앞으로 진오귀굿을 다룬 소설도 쓸 생각이다. “문명 과정이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자연의 신들을 폄하하고. 인간의 신을 과대 포장한 과정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