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nography란 원래 '매춘의 기록'이란 뜻이다. 매춘부를 뜻하는 'porne'과 그림 또는 묘사를 뜻하는 'graphos'의 합성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포르노그래피는 '성적 감정을 일으킬 목적으로 남녀의 생식기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포르노그래피'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 생겨났을 때부터 자연적으로 부과된 것은 아니다.
화산 폭발로 매몰된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이 18세기 중반 이후 발견돼 발굴에 들어갔을 때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성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벽화, 부조, 조각 등 외설적인 유물이 대거 나타났다. 숭고한 고대 세계로 인식됐던 로마는 외설로 오염돼 있었다!
권력자들의 심기는 불편했다. '노골적인 성적 이미지가 일반에 공개될 경우 사회 질서를 교란시킬지 모른다.' 혐오스러울 만큼 음란한 유물이었지만 세부묘사가 뛰어난 점 등 고전작품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했다. "폐기하지는 말되, 기밀로 분류하자!" 나폴리 근처의 박물관 밀실에 숨기고 자물쇠를 채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법문서와 문화전반,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에 자리한 포르노그래피라는 '상징적 박물관'이 또 하나 탄생했다. 박물관 밀실이 성적 표현을 담은 고대의 유물을 물리적으로 사람들과 격리시켰듯, 포르노그래피라는 단어는 외설출판법에 힘입어 사람들로부터 성과 관련된 일련의 생각을 격리시키는 데 사용됐다.
1857년 영국 의학사전에 명시되어 있던 porno graphy라는 단어는 늘어가는 매춘현상에 대한 사회·의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가치중립적인 것이었다. 5년 뒤 웹스터 사전에 기록된 pornography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 그 의미로, 성과 관련된 문화를 단속하는 수단이 된다. 유물로 나타난 로마시대의 일상적인 성과 자연적인 본능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규제와 분류체계를 통해 규정되고 억압되기에 이르렀다. 역설적이지만, 이때 제정된 외설출판물 금지법령과 이에 관련된 논쟁 때문에 포르노그래피는 더욱 널리 퍼지게 된다. 노골적이고 대담한 성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는 의도가 오히려 인간의 성 자체에 대한 중립성을 무너뜨리며 더욱 과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한 것이다. 결국 자체의 선정적 내용보다는 그것을 수치스럽고 음탕한 것으로 규정하는 도덕적 기준이 포르노그래피라는 하나의 이념을 탄생시켰다.
반면 동양의 종교, 특히 힌두교와 도교는 우주창조와 인간창조의 원리를 동일한 것으로 여기며, 성을 종교적 해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고대 인도의 관점을 잘 알려주는 것이 수도승 바차야나가 저술한 카마수트라이다. 지식인이 갖춰야 할 세 가지 덕목은 다르마(정법·正法), 아루타(실리·實利), 카마(성애·性愛)이다. 카마수트라는 세상 사람들이 본능적 욕구를 잘 조절하고 성애의 보람을 얻도록 가르치는 성전(性典)이다. 성적 기교를 충분히 습득하고 수치심을 숨긴 부드러움 속에 육체와 육체가 서로 융합해서 시너지 효과가 있는 상호성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쾌락과 종족 보존에 대한 욕구, 즉 인간의 성에 대한 본연적 가치이다. 이것이 바로 과거의 유물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이다. 이 유물들이 만들어진 역사적 상황을 통해 성을 올곧게 바라보고 실현할 수 있는 지혜를 키우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도 싶다.
(신수진·‘성과 문화’ ‘문화인류학’ 연구가·가족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