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호감'으로 일관하기도 힘들다. '구타 유발자들'. 능글맞고,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약자를 괴롭힌다. '뽀글 머리'에 기름 한 통 쏟아 부은 듯한 강간미수범 영선(이병준), 1년은 닦지 않은 듯한 이를 드러내고 웃는 오근(오달수), 천진한 얼굴로 날 삼겹살을 먹으라고 권하는 봉연(이문식), 폭력배들에게 쥐를 먹이는 경찰 문재(한석규)까지. 하나같이 '구토'를 유발한다.

'구타 유발자들'은 성악과 교수 영선과 그에게 성폭행 당할뻔한 제자 인정(차예련)이 시골 폭력배의 삼겹살 파티에 말려들면서 일어나는 연쇄 폭력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구타유발자들'이란 제목은 '맞을 짓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폭력을 부르는 폭력'을 뜻한다. 어느 누구도 '때릴 권리'를 가질 수 없듯, 애초에 '맞아도 싼'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타와 모멸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인을 결심하게 되는 고등학생 현재(김시후), 강간과 폭력에 대한 공포로 총을 쏘게 되는 인정은 나약하고 순수했던 인간이 폭력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그리고 이 모든 폭력의 시발점 또한 한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든 '구타의 트라우마'였음을 영화는 밝힌다.

영화는 폭력의 악순환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액션'보다는 밀도 있는 '심리묘사'를 택했다. 그래서 무대는 강원도 문막 한적한 시냇가를 벗어나지 않는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나 과격한 칼싸움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7명이 벌이는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는 결말이 예상되는 '기승전결' 스토리보다 긴장감 있다. 이문식과 오달수의 착한 듯 잔인한 표정 연기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건졌다. 대신 코미디는 약하다. 이중적인 인간들이 폭력 앞에서 수시로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직설적이다.

우리 사회에 상존한 폭력성에 직면하느라, 그걸 두려워하는 관객에 대한 배려는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