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고 골키퍼 하강진(왼쪽)이 30일 열린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부경고 김진환과 몸싸움을 벌이며 공을 쳐내고 있다.

대표 선수들을 배출하는 '축구 사관학교'가 되겠다며 2002년 11월 축구부를 창단한 장훈고. 중학교 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영어 전담 강사까지 초빙하는 열성을 보이는 이 학교가 창단한 지 만 4년도 되지 않아 고교 축구 최정상에 우뚝 섰다.

장훈고는 30일 포항스틸러스전용구장에서 열린 61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축구협회 공동주최) 결승에서 부산의 부경고를 3대2로 이기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백록기에서 첫 우승 맛을 본 장훈고는 올해 대통령금배 우승에 이어 최고 권위의 고교선수권을 제패하면서 신흥 명문의 자리를 굳혔다.

장훈고와 부경고는 결승전에 걸맞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성인팀 간의 대결에서나 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전술과 날카로운 슈팅이 90분간 이어졌다. 장훈고는 공간을 활용한 긴 패스로 경기를 풀어 나갔고, 2004년 이차만 감독 부임 이후 첫 결승에 오른 부경고는 정교하고 짧은 패스로 맞섰다. 장훈고는 전반 1분여를 남기고 최우수선수에 뽑힌 김동섭이 탄력을 살리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낸 데 이어, 윤동민이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 골로 추가골을 뽑았다.

부경고의 반격도 매서웠다. 부경고는 후반 9분 김동기가 추격골을 터뜨리고, 2분 뒤 김주현의 20m 중거리 슛이 폭발했다. 부산에서 원정 응원 온 부경고 재학생 500명의 환호성이 구장을 덮었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28분 장훈고 황순민의 발에서 갈렸다. 상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임상협의 패스를 받은 황순민은 상대 GK가 왼쪽으로 치우친 것을 보고 오른쪽 골문으로 송곳 같은 슈팅을 날려 네트를 갈랐다. 장훈고 이규준 감독은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경고는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주전 3명을 내주고도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 내년 활약을 예고했다. 이번 대회 4골·3어시스트를 기록한 장훈고 김동섭이 MVP에 올랐고, 6골을 기록한 포철공고 박동원이 득점왕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