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로 불리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로 주목받던 박주영에게 피할 수 없는 시련이 찾아왔다.

2006 독일월드컵 지역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가능성 있는 신예에서 단숨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로 발돋움한 박주영에게도 2년차 징크스는 피할 수 없는 시련인 듯하다.

이변 아닌 이변, 박주영 대표팀 제외

지난 29일 대한민국 대표팀의 핌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중요한 일전인 이란과의 경기에 나설 선수명단에서 박주영을 제외시켰다. 지난 해 본 프레레 전 대표팀 감독에 의해 발탁된 뒤 한 번도 제외된 적이 없던 그였다.

베어벡 감독은 박주영의 기량에 대해 “내가 알던 선수가 아니다”라며 ‘2년차 징크스’라고 단정 지었다.

확실히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라이벌인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 득점기회를 놓치는 등 도저히 같은 선수로 볼 수 없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였다. 사람이 바뀐 것처럼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게 박주영을 지켜 본 축구인들의 냉정한 평가였다.

2년차 징크스, 통과의례가 될 것인가?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는 2년 차 징크스는 박주영 뿐 아니라 동갑내기인 아르엔 로벤(22.첼시)에게도 나타났었다. 로벤 역시 PSV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한 첫 해 12골을 터뜨리며 주목 받았지만 이듬해에는 5골에 그치며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런 사례는 K리그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K리그 신인왕들은 과거 ‘야생마’ 김주성을 비롯해 최근의 ‘라이온 킹’ 이동국까지 데뷔 당시의 활약을 2년차에도 보여준 선수는 거의 없다.

이런 2년 차 징크스는 왜 나타나는 가, 무엇보다 부담감과 전 시즌에 주목 받은 만큼 상대 선수들의 심한 견제를 들 수 있다. 때때로 이런 주변의 압박은 선수의 자만심과 겹쳐 한 단계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닌 ‘독이 든 성배’가 되기도 한다.

박주영 역시 지난 시즌 30경기에 출전 18골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한 뒤 기대를 모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소속팀에서 단 한번의 선발출전에 그치고 있다.

지난 K리그 후반기 2차전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 3달 여 만에 선발로 경기에 나섰지만 기대이하의 경기력으로 전반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는 등 박주영의 2년 차 징크스는 혹독하다.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슬럼프

박주영 본인도 “축구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던 말이 쏙 들어가고 “공 차는 재미가 덜하다”며 슬럼프임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정효웅 MBC-ESPN 해설위원을 비롯한 축구전문가들 역시 이번 대표팀 제외 전부터 ‘2년차 징크스’라며 박주영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소속팀 FC서울의 이장수 감독 역시 수 차례 인터뷰를 통해 ‘정신적 안정’을 위해 박주영의 출전시간을 배려하는 등 구단 차원에서 박주영 기살리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년 차 징크스의 문제는 단순히 자신의 경기 방식이 상대선수들에게 읽혀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게 아닌 심리적인 부분에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즉, 선수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말이다.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한 최성국

대표팀에 박주영을 대신해 이름을 올린 최성국 역시 2년차 징크스로 심한 고생을 했다. 2003년 K리그에 데뷔한 최성국은 ‘최라도나’라는 별명과 함께 첫해 7골을 넣으며 많은 주목과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대표팀에 중용되는 등 거칠 게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1골 4도움에 그치며 심한 부진을 겪다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6개월 임대를 떠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으로 이대로 잊혀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런 혹독한 시련을 겪던 최성국은 지난 해 12월 결혼과 함께 심리적 안정을 찾은 뒤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소속팀 울산현대에서 이천수, 레안드롱과 함께 삼각편대를 구축 A3챔피언스 컵 우승에 일조했을 뿐 아니라 K리그 2006 삼성하우젠컵 득점왕(7골)에 올라 대표팀에까지 발탁됐다.

박주영은 이제 프로 2년 차일 뿐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박주영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특별한 부상이나 연습량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2년차 징크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문제다.

아시안컵 지역예선을 앞둔 대표팀 탈락은 작은 시련일 뿐이다. 박주영은 아직 젊고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영정

(Goal.com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