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태로 대통령직에 올랐던 고(故)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이 10·26 날에 땅 속에 묻히게 됐다. 정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최 전 대통령의 장례를 오는 26일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장의위원장은 한명숙 총리가 맡고 3부 요인과 정당 대표 등이 고문으로, 여야 국회 부의장과 선임 대법관, 3명의 부총리와 감사원장 등이 부위원장단을 맡는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2004년 7월 88세로 별세한 부인 고 홍기(洪基) 여사도 합장키로 했다.

◆"정총장 체포재가때 최대한 버텨"

김영삼 정부 때 12·12 및 5·18 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수사했던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이날 "(최 전 대통령이) 회고록이나 비망록을 쓰고 있었다는 얘기를 수사 당시 들었다"고 말했다. 최 전 대통령이 신군부와 관련된 진실을 기록해 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이날 "당시 수사과정에서 최 전 대통령이 완강히 거부해 직접 진술을 받진 못했다"면서 "최 전 대통령이 측근인 최광수 전 외무장관의 진술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12·12 당시 최 전 대통령이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체포를 사후 재가하는 과정에서 신군부에 버틸 데까지 버텼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대검 공안부장으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당시 조사과정에서 회고록 집필 얘기를 공식적으로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측은 당시 검찰의 조사 요구에,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수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의 '항용유회(亢龍有悔)'란 말로 완강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23일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최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 당시 최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홍기 여사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귀빈들과 악수를 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악수에도 응하지 않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전씨, 장세동씨 등 30여명과 동행

최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23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비롯한 약 30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은 꼼꼼한 성격이어서 (재직 당시 일 등을) 섬세하고 풍부하게 기록해 뒀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궁금해 하시는 점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