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평양대부흥 때는 한국인·외국인, 주인·머슴, 남자·여자가 구분 없이 회개하고 하나가 됐습니다. 그 후 100년 동안 교단과 신학계도 분열됐지만 이번에 진보·보수 성서학계가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평양대부흥의 화해·일치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개신교계 보수진영의 한국복음주의구약학회·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와 진보성향의 한국구약학회·한국신약학회가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 성서학 학술심포지엄을 내년 5월말 공동으로 개최한다. 4개 학회 간부들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심포지엄이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개신교계에서는 매우 드문 진보·보수 신학자들의 공동 행보라는 점 때문. 1970~80년대 군사정권시대를 지내며 국내 개신교계는 진보·보수로 나뉘었다. 양측은 최근까지도 부활절예배를 따로 올릴 정도였다.

내년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공동 심포지엄을 가질 보수·진보 성서학계 학자들이 함께 웃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구 김진섭 김정우 이달 김동수 장세훈 교수

내년 평양대부흥 100주년과 관련해서도 각 교단이나 단체별 개별행사는 준비 중이지만 개신교계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행사는 아직 계획이 없다. 신학계도 마찬가지로 진보·보수학계 사이에 거의 교류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성서학자들은 ‘성경’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어렵사리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분석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신학정보연구원장 김정우 교수(총신대)가 10여 년 전부터 양측 신학자를 초청, 소규모 학술모임을 가지며 인간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것도 밑거름이 됐다. 심포지엄에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영국의 앤서니 시슬톤 명예교수(노팅햄대) 등이 주제강연하고 ‘회개와 갱신’ ‘말씀과 성령’ ‘화해와 일치’ ‘평양대각성운동의 성경해석’ 등 4개 분과의 발표와 토론이 예정돼 있다. 김정우 교수는 “평양대부흥은 성경 말씀을 나눈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울면서 회개하고 갱신하며 부흥을 이뤘다는 점에서 성경 속의 여러 부흥사건들과 성격이 일치한다”며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분열된 교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