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표현이 발음은 비슷해도 뜻은 분명히 다른 경우가 있다. 예컨대 ‘잔치를 벌이다’의 ‘벌이다’와 ‘두 팔을 벌리다’의 ‘벌리다’는 발음이 비슷해도 뜻이 분명히 다르므로 문맥에 맞게 바른 말을 골라 써야 한다. 즉 ‘사업을 벌이다’, ‘논쟁을 벌이다’라고 해야지 ‘사업을 벌리다’, ‘논쟁을 벌리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어미 ‘던’과 ‘든’도 마찬가지이다. “넌 몸이 튼튼하니까 군인이 되라던가 운동선수를 하라고 한다면”과 같은 표현에서 틀린 부분은 없을까. 바로 ‘되라던가’가 문제다. ‘되라던가’가 아니라 ‘되라든가’라고 해야 옳다.
'던'과 '든'을 혼동하기 쉽다. '던'은 반드시 과거에 일어난 사실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든'은 과거냐 현재냐와 관계없이 어느 쪽이라도 상관이 없음을 나타낼 때에 쓰인다. '가든지 말든지 너 마음대로 해'라고 할 때에는 어느 쪽이라도 상관이 없는 상황이므로 '가던지 말던지'가 아니라 '가든지 말든지'가 맞다. '가든지 말든지'는 '가든가 말든가'라고 해도 뜻이 같다. '군인이 되라던가 운동선수를 하라고 한다면'은 '군인이 되라고 하든가 아니면 운동선수가 되라고 한다면'의 뜻으로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음을 나타내는 경우이기 때문에 '되라든가'라고 해야 옳다. 노래 가사 중에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내가 왔던가'라는 대목이 있다. '~ 왔던가 ~ 왔던가'의 구조이기는 해도 어느 쪽이든 상관 없는 경우가 아니고, 과거의 일을 스스로 묻는 일을 반복하는 경우이므로 '던'이 제대로 쓰였다.
(김세중 국립국어원 국어생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