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7일 한·중·일을 잇는 '동북아 열차페리 구상'을 밝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맞서는 것으로 후보들 간 공약 경쟁이 벌써부터 불붙는 양상이다.
박 전 대표는 5일간의 중국 방문 첫날인 이날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열차 페리는 한·중 간 물류 비용을 대폭 줄이고 경제협력과 무역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동북아공동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열차페리는 화물이나 여객을 실은 기차가 그대로 배에 실려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일본 도쿄(東京)에서 화물과 여객을 싣고 출발한 기차가 남단의 하카다항까지 와서 그대로 레일이 깔린 배 위로 실려져 부산항으로 옮겨진다. 부산에서 내린 열차는 그대로 우리 철도에 연결돼 인천이나 평택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중국으로 가는 배로 갈아타는 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에서 기차에 한 번 화물을 실으면 옮겨 실을 필요 없이 기차로 유럽이나 중앙아시아까지도 갈 수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나아가) 인천항과 옌타이(煙臺), 다롄(大連)을 삼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해 평택, 군산, 목포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종단철도를 통해 모인 화물이 한국 동해 항구에 내리고, 다시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도록 된다면 동북아 물류에 혁명적 변화가 오고 한·중·일 교류와 협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인천시도 올 초 인천항과 다롄항을 거쳐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해 중국 내륙, 몽골,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열차페리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최근 평택항과 중국을 잇는 열차페리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관계자는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고 당선 뒤에도 추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 전 시장의 한반도 운하가 국내 물류를 생각한 것이라면 열차페리 구상은 한·중·일 3국은 물론 러시아, 유럽까지 내다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열차페리 구상은 오래 전부터 꿈꿔온 것으로 운송비 34%, 운송거리는 64%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찬을 했다. 왕 부장은 박 전 대표에게 '사사여의'(事事如意·모든 일이 뜻대로 되기를 바란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상상의 동물이 새겨진 조각상을 선물하며 "대통령이 되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