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B형, AB형 혈액을 누구에게나 수혈(輸血)이 가능한 O형 혈액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예를 들어 A형 혈액을 O형으로 바꾼 뒤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생명공학회사 자임퀘스트(ZymeQuest)의 국제연구팀은 박테리아와 균 2500여종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효소들을 분류한 결과, A형 혈액에서 A항원(抗原)을 제거하는 효소와 B형 혈액에서 B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각각 발견했다고 영국의 과학전문 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항원’은 자신과 일치하지 않는 혈액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적혈구 표면의 탄수화물을 말한다.

사람의 혈액은 적혈구가 A항원을 가지고 있으면 A형, B항원을 가지고 있으면 B형, 두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AB형, 이 두 항원이 모두 없으면 O형 등 4가지로 분류된다. 따라서 A형, B형, AB형 혈액에서 각각 A항원과 B항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이를 모두 O형 혈액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A형, B형, AB형 혈액은 서로 섞일 수 없다. 반면 0형 혈액은 같은 O형 사람 외에 이들 3가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모두 수혈이 가능하다.

자임퀘스트사는 두 가지 효소를 이용해 O형으로 바뀐 혈액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임퀘스트사는 또 이 효소들을 대량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