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이 책은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홉스(Tomas Hobbes)의 대표적 저술이다. 일반적으로 홉스는 동양의 순자와 대비되어 성악설을 주장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근대적 학문 방법론에 따라 체계적인 정치 이론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홉스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다. 홉스는 갈릴레이의 영향을 받아 자연 과학 연구의 원리와 방법을 정치와 도덕의 문제에 적용하여 경험주의 입장에서 새롭게 정치사상을 체계화하였다. 리바이어던은 바로 그러한 홉스의 사상을 집대성한 저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리바이어던(Leviathan)’은 국가 또는 통치자를 상징하는 말이다. ‘구약성서’ ‘욥기’에서 리바이어던은 무적의 힘을 가진 바다 동물로 나온다. “그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자가 없어 보기만 해도 뒤로 넘어진다. 건드리기만 해도 사나와져 아무도 맞설 수가 없다. … 지상의 그 누가 그와 겨루랴. 생겨날 때부터 도무지 두려움을 모르는구나. 모든 권력자들이 쩔쩔매는 왕 중의 왕이 여기에 있다.” 홉스는 성서의 리바이어던을 빌려 국가를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로 묘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강력한 국가 혹은 강력한 군주를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한 것은 사실 홉스만의 특별한 것은 아니다. 홉스 이전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강력한 군주의 필요성을 이미 언급하였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군주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가를 주로 논의한 것이었다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통치 권력의 탄생 배경과 통치의 목적 등을 근대적 학문 방법론에 따라 체계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홉스는 국가와 군주를 말하기 전에, 인간의 ‘자연 상태’가 어떠했는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지를 먼저 따진다. 즉 홉스는 국가의 기원, 권력의 기원을 보편적 인간에 대한 해명에서부터 엄밀하게 출발하고자 하였다.
홉스는 국가권력이 탄생하게 된 이유를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이 놓인 상황에서부터 설명한다. “자연은 인간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 기능에 있어서는 평등하게 만들었다. 이런 능력의 평등으로부터 목적을 얻고자 하는 똑같은 희망이 생기게 된다. 두 사람이 동일한 대상에 대해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지만 그 양이 충분하지 못하여 서로 만족할 수 없을 때 두 사람은 적이 된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외부의 제한이 없다면 끊임없이 자기보호를 위해 행위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어떠한 외부의 제약이 없다면 자연 상태의 인간들은 전쟁상태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인간 위에 무서운 존재로 군림하고 그들에게 처벌에 대한 공포감을 불어넣어 그들을 옭아매는 가시적 권력이 없을 때,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열망에 의하여 빚어지는 처참한 전쟁 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인간 자신이 국가에 의한 구속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만인으로 하여금 그들 모두의 권력과 힘을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게 양도하고 그들 모두의 의지를 다수결에 따라 그 사람이나 그 집단의 의지로 축소·대체시키는 것이다.”
홉스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투쟁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다고 보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자기보존을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자연 상태에서의 투쟁이 자기보호를 위하여 일어나는 것처럼 자연 상태의 종식 또한 자기보호를 위한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기본적 권리를 단념하고 그것을 군주나 의회에 양도하게 하는 요인은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틀 속에서 자신의 안전보장을 위해 공권력(公權力)에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면, 모든 사회집단들 간의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홉스에게서 시민사회를 성립시키는 ‘계약’인 것이다.
홉스의 절대적 통치권 주장은 절대군주론을 옹호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종래의 왕권신수설과 같은 절대군주론을 옹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강력한 통치 권력의 정당화를 주장하기는 하였지만, 언제나 그 배후에는 통치자는 개인의 자기보호를 위한 대리인이라는 전제가 놓여있었다. 그래서 홉스는 계약 당사자인 시민들이 지켜야 할 의무를 강조한 동시에, 군주가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홉스는 로크와 함께 근대 자유주의의 전통을 세우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던 고전적 자유주의자로 평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