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華城)에 가면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라고 하는 이름의 정자가 있다. 방화수류정은 정자 자체도 건축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정자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치도 그만이다. 더 좋은 것은 ‘방화수류’라고 하는 정자의 이름이 아닌가 싶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의 정자 이름은 옛날 사람들이 춘삼월의 정취를 표현하던 말이었다. 원래 ‘방화수류’라는 문구는 북송의 유학자인 정명도의 ‘춘일우성’(春日偶成)이란 칠언절구에서 유래했다.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방인불식여심락(傍人不識余心樂) 장위투한학소년(將謂偸閑學少年)’이다. ‘구름은 맑고 바람은 가벼운 한낮에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시냇물을 건너간다. 사람들은 나의 즐거운 마음을 모르고, 한가함을 탐내 소년처럼 논다고 말한다’는 뜻이다.
옛날 선비들은 봄이 되면 이 시구를 애송하였다. 세상사 근심걱정 없이 한가하게 봄을 즐기는 도학자의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화수류’에서 화(花)는 어떤 꽃이고 류(柳)는 왜 등장하는 것인가. 봄에 피는 꽃 중에서 화려한 꽃은 역시 복숭아꽃인 ‘도화’이다. 오죽 했으면 살(煞)자를 붙여 ‘도화살’(桃花煞)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겠는가. 도화 중에서도 흰색의 꽃이 피는 백도화(白桃花)가 단연 압권이다. 흰색이 왜 아름답고 차원 높은 색깔인가는 백도화를 보면 단박에 안다. 축 늘어진 가지에 매달려 있는 이 꽃은 아주 맑고 깨끗한 흰색이다. 그러면서 꽃이 홑겹이 아니고 여러 겹으로 되어 있어서 부드럽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어느 기업가의 정원에 명품 백도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을 가보았더니 보는 사람을 꽃잎 속으로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백도화 앞에 서면 누구든지 무장해제당할 수밖에 없다. 버드나무는 물 옆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봄의 풍경은 사방의 연못에 물이 가득 차는 풍경이다(春水滿四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사방에 가득 찬 연못의 물을 보고 풍요를 연상하였다. 물은 생명이었다. 수생목(水生木)이라! 물 옆에 파란 싹을 틔운 버드나무는 성목(聖木)이자 봄의 환희를 상징하는 나무였다. 봄은 백도화와 버드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