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름에 붙어 고유명사처럼 돼버린 음식 이름들이 있다. 청진동 해장국, 장충동 족발, 신당동 떡볶이, 오장동 냉면 등과 더불어 ‘마포 갈비’도 그 중 하나다. 서울 마포 바깥에서 ‘마포갈비집’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마포에는 지금도 전통의 고깃집들이 몰려있고, 매년 ‘원조 마포 갈비’를 알리는 축제가 열린다. 오는 25~26일 이틀 동안 마포구 용강동 마포갈비 골목에서 열리는 ‘음식문화축제’다.
◆마포갈비의 자존심
마포갈비가 어떻게 해서 유명해졌을까? 아직까지는 이야기만 분분하다. 그 중 많이 도는 얘기가 '등갈비' 설이다. 일제시대 때 마포나루터에서 일하던 가난한 뱃사람들이 딱히 먹을 것이 없어 돼지등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긁어내 구워 소금에 찍어먹던 '등갈비'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소금은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는 새우젓으로 바뀌었고, 점차 다양한 재료들이 섞여들어간 양념으로 업그레이드돼 요리꼴을 갖춰갔다는 것.
마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주물럭'의 유래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살림살이가 나아져 쇠고기 수요가 꾸준히 늘던 1970년대 중반, 쇠고기를 양념 없이 생고기로 구워주던 한 고깃집에서 손님이 '고기를 참기름이랑 양념에 넣고 손으로 주물럭거려서 구워보라'는 제안을 한 것이 큰 인기를 얻어 지금의 '마포 주물럭'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뜨기 시작해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은 홍대 앞 서교동 일대의 소금구이집들도 용강동 본류(本流)에서 흘러나온 분파(分派)라는 게 이곳 사람들 얘기다. 1970년대부터 한강변이 가까운 용강동 일대에 하나둘씩 생겨난 고깃집들은 80년대에 최고 호황을 누렸다.
지금 이곳에서 영업중인 30여곳의 고깃집 중 초창기부터 이어진 곳은 16곳 정도. 잘 나갈 때에 비해 조금 퇴색한 면도 있지만, 지하철 5호선(마포역)이 바로 다녀 교통은 더 편해졌다. 마포구는 “고깃집 주인들의 자존심들이 워낙 대단해서 어느 한 곳을 공인 원조집이라고 찍어 알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마포에서 29년 동안 고깃집을 해온 ‘조박집’ 박순자(58) 사장은 “30년 세월 동안 주변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원조 동네의 맛은 변함없다”며 “용강동의 모든 고깃집들이 전통의 명성을 지켜간다는 신념으로 한우 고기만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맛있는 먹거리 소박한 볼거리
용강동 음식문화축제는 촌스럽지만 소박한 행사들로 꾸려진다. 뭐니뭐니해도 먹거리 축제 답게 먹을 것이 풍성하다. 고깃집뿐 아니라 행사장 일대의 음식점 130여 곳이 축제 기간 동안 식사값의 10%를 깎아준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마포구지회’ 회원업소를 뜻하는 분홍색 팻말이 붙은 곳들이다.
먹거리 탐방을 한결 즐겁게 해줄 행사들은 한화오벨리스크 뒷편의 삼개어린이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25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는 ‘주력 선수’들인 돼지갈비·생등심·주물럭 고기들을 전시하는데, 이 고기들은 어르신 노래자랑의 상품으로 쓰일 예정이라 보는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물놀이와 피에로 등이 어우러진 길거리 행렬과 마술 풍선쇼, 민속놀이 체험, 비보이 댄스 등의 행사도 삼개어린이공원 주변에서 펼쳐진다. 어르신들을 위해 ‘마포종점’ ‘불효자는 웁니다’ 등의 신파극도 열린다. (02)330-2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