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의 재미교포 2세 여성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교육감에 임명됐다.

교육운동가 이양희(미국 이름 미셸 리·Michelle Rhee·사진)씨는 12일 “애드리언 펜티(Adrian M. Fenty) 워싱턴 D.C. 시장으로부터 교육감으로 임명받아 미국 시각 12일 오전 시청에서 취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워싱턴 D.C. 교육감(chancellor)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46개 공립학교의 교육을 지휘·감독하며, 4500여 교사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워싱턴 D.C. 교육감에 한인이 취임한 것은 처음이며, 다른 미국 도시에서도 한인 교육감이 탄생했다는 사례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학교 운영 경험이 없는 30대 여성을 발탁한 점도 파격적이다. 12일 가진 전화 통화에서 이씨도 “저의 임명 소식에 워싱턴 교육계 관계자들이 충격받았다(shocked)고 말했다”고 전하며 “저 역시 처음엔 무척 놀랐지만, 변화와 도전으로 가득 찰 미래를 떠올리고는 몹시 흥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가 지난 10여년간 펼쳐온 교육 운동을 아는 사람들은 이씨의 발탁이 신임 펜티 시장의 개혁 의지와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본다. 지난 1월 선출된 펜티 시장은 ‘예산 규모는 1위, 성적은 꼴찌인 워싱턴 공립학교들(워싱턴포스트)’에 대한 ‘수술’을 공언해 왔으며 이를 위해 시민단체 출신 이양희씨를 교육감에 앉혔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온 의사 출신 아버지 이상열(68)씨와 어머니 이인자(64)씨 사이에서 태어난 이양희씨는 명문 코넬대 행정학과를 나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빈민가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뛰는 운동가가 됐다. 한때 볼티모어의 빈민가 학교 교사로 3년간 자원 봉사했던 그는 1997년엔 ‘새 교사 프로젝트(The New Teacher Project)’라는 시민단체를 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이 단체의 대표로 있으면서 미국 전역의 낙후된 공립학교에 2만3000여명의 우수 인재들을 교사로 진출시켰다.

이씨의 어머니 이인자씨는 “딸애가 그 어려운 명문대를 나와선 범죄가 난무하는 흑인촌 학교 교사로 일하는 것을 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면서 “하지만 학교에서 많은 흑인 어린이들이 내 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보호까지 해 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남편 케빈 허프만(Huffman·37)씨도 함께 교육 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