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 호텔의 상징이자, 수도 도쿄의 랜드마크(landmark)인 데이코쿠(帝國) 호텔이 미국 자본에서 일본 자본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다. 1890년 일본 왕궁 옆에 세워진 데이코쿠 호텔은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경영난에 처한 모기업이 2004년 미국 사모(私募)펀드인 서버러스(Cerberus) 캐피털에 매각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일 서버러스가 일본 기업에 매각하는 방침을 정하고 미쓰이(三井)와 미쓰비시(三菱)부동산 2곳과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모리(森)빌딩과 함께 일본 부동산업계를 대표하는 미쓰이와 미쓰비시는 최근 경제 활성화와 함께 공격적으로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 신문은 “(서버러스가 일본 자본과 협상하는 것은) 역사를 배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이코쿠 호텔은 일본 초대 외무장관이었던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의 지시로 기업가 시부자와 에이이치(�澤榮一)와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가 설립, 전전(戰前)까지 ‘일본 정부의 영빈관’ 역할을 했다. 호텔 부지도 원래 국가 소유였고, 최대 주주가 일왕(日王)을 보좌하는 궁내성이었다.

전후 일본을 점령한 미군이 궁내성에 주식 매각을 명령하면서 민간 운수업체인 고쿠사이코교(國際興業) 소유로 넘어갔으나 일본 최고 호텔 자리를 지켰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한국의 유력 정치인이나 대기업 회장들이 일본을 찾을 때 투숙하는 대표적인 호텔로 자리매김했다.

데이코쿠 호텔의 시가총액은 3일 현재 1449억엔(1조원). 서버러스가 보유 주식(전체의 40%)을 모두 팔면, 인수 가격은 580억엔(435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