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에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 베이징대 법학과 이인천(25·3학년)씨는 시험 준비를 최근 시작했다. 법학적성시험(LEET)은 내년 8월. 아직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우선 미국의 로스쿨시험 문제를 구해 풀어보고 있다. 영어 개인과외도 받기 시작했다. 로스쿨 입시에 반영되는 외국어 구사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2학년인 권형균씨는 국내 로스쿨에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권씨는 “영어가 유창하다는 점이 한국의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또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권씨는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면 곧바로 한국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이다.
2009년 문을 여는 국내 로스쿨을 겨냥해 유학생들이 한국으로의 유턴(U turn)을 준비 중이다. 3년 과정을 마치면 현재의 사법시험보다 훨씬 합격률이 높은 ‘변호사 자격시험’을 거쳐 법조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로스쿨 설립 소식에 가장 동요하는 곳은 중국이다. 한국 유학생 70명이 재학 중인 베이징대 법학과에서는 내년 7월 졸업예정인 16명 중 절반 이상이 한국 로스쿨 진학 쪽으로 돌아섰다. 중국의 법률시스템이 외국인에게 폐쇄적이라 대학원 진학 아니면 일반기업 취업을 선택해야 했으나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제 이들은 “한·중(韓·中)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양국을 다 아는 법률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민대와 정법대 등 다른 중국 명문대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로스쿨을 준비해왔던 한모(23)씨는 한국행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싼 현지학비를 들었다. 그는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매년 수만 달러씩 들여 미국 로스쿨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법대 재학생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4)씨는 “지금까지 사법시험에 맞게 공부해 왔는데 지금이라도 로스쿨 준비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현재 국내 대학 중 법학과가 설치된 곳은 97곳. 해마다 1만3000여명이 입학한다. 이와 별도로 사법고시 준비생의 규모는 2만5000명에서 3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로스쿨 졸업장이 사실상 변호사 자격증이 될 경우, 법학적성시험 응시자가 최소 5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시장예측이 학원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신림동 법학학원들의 여름 강의에 등록한 고시생 규모가 1000명 정도 감소, 로스쿨로 이동이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