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대기 중에 노출된 물체의 온도가 대기 온도에 가깝게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수학적 모형을 수립하는 문제를 분석해 보겠다. 컵에 담긴 뜨거운 물이 서서히 식어가거나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음료수가 서서히 데워져 대기 온도에 가깝게 변해 갈 때, 시각에 따른 물체의 온도 변화는 지수함수를 이용하여 근사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함수의 개념과 미분, 적분, 또는 수열과 점화식의 개념을 이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분석할 문제는 인하대가 지난 6월 발표한‘08학년도 수리논술자료집’에 수록된 주제 6번 문제이다.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의사가 시체 부검을 하고 있다. 부검실 온도는 16℃도로 맞춰져 있다. 뭔가 실마리를 찾지 못해 고심을 하는 중 수사요원이 수사본부에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수사요원이 떠난 것은 오후 2시이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은 세 시간 후였다. 그런데 부검실에 오자 시체가 없어지고 의사가 죽어 있었다. 사망시간을 알면 경비실에 놓인 출입명단을 보고 살해용의자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죽은 의사의 체온을 재니 25℃이었다. 증거물을 수집하기 위해 부검실을 뒤지다가 한 시간 만에 죽은 의사의 체온을 다시 재니 20℃이었다. 의사가 살해된 시간을 추정하여 출입명단을 보고 살해용의자를 찾아보자.

■논제

위 제시문은 시체를 부검하다가 살해 당한 의사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이다. 의사가 살해된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면 기록된 출입자 명단을 보고 살인용의자를 찾을 수 있다. 다음과 같이 사망 시간을 추정하여 보자.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시체의 온도로 하여 수사요원이 시체를 처음 발견하고 시체의 체온을 잰 순간을 t=0 이라 하면 오른쪽과 같이 두 점 (0, 25), (1, 20)을 얻는다. 살해된 의사의 체온을 연속적으로 측정하여 그래프로 나타내기는 불가능하므로 이 두 점을 이용하여 피살자의 체온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추정해보고자 한다.

(1) 이 두 점을 직선(일차함수)으로 접근하여 사망시간을 추정할 때, 살해용의자는 누구인가? 본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으면 자신의 의견을 논하여라.

(2) 이 두 점을 포물선(이차함수)으로 접근하여 사망시간을 추정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제시해보아라.

(3) 이 두 점을 다음 가정에 따라 지수함수로 접근하여 사망시간을 추정해 보아라.

뉴턴의 냉각법칙에 의하면 어떤 적정 조건 아래에서 물체의 온도가 식어가는 비율이나 더워져 가는 비율은 그 물체와 주위의 온도차에 비례한다.

(단, 계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사람의 체온은 36℃라고 하고 log2=0.3, log3=0.48, log5=0.7로 한다.)

■논제 해결

논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이 논제와 함께 대학 측에서 밝힌 출제의도를 간단히 살펴보자.

논제에서 제시한 가정은 ‘뉴튼의 냉각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물체와 그 물체가 놓인 환경 사이의 온도차가 그리 크지 않다면 물체가 식어가는 비율이나 더워져 가는 비율은 근사적으로 그 물체와 물체의 환경 사이의 온도차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실려 있는 것으로서 여러 종류의 수학 교과서(‘수학 I’, ‘심화선택 미분과 적분’)에 실생활 문제로 소개되어 있다.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함수는 크게 나누어 다항함수, 삼각함수, 그리고 지수함수이다. 수학은 자연과학의 언어라는 입장에서 이 들 세 가지 함수는 자연현상을 표현하는 언어의 기본단위이다. 예를 들어 등속운동에서의 속력, 전기회로에서 저항, 용수철의 추에 따라 늘어난 길이 등은 일차함수로 설명되고 지구표면에서의 중력가속도의 측정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방사능 유출량은 이차함수로 설명될 수 있다. 비행기의 착륙은 삼차함수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한편 주기적 성질이 있는 물체의 운동은 삼각함수로 나타내어지고 인구의 변화 등은 지수함수로 나타내어진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 앞에 주어진 자연현상이 다항함수나 삼각함수를 따르지 않는다면 지수함수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인하대학교 '08학년도 수리논술자료자료집'의 내용 요약)

(1) 주어진 두 시점에서의 시체 온도를 이용하여 온도의 변화를 일차함수에 근사 시켜 보자. 논제에서 수사 요원이 부검실을 떠났다가 돌아온 직후의 시각(오후 5시경)을 t=0으로 정하고 있다. 시각 t에서의 시체의 온도를 f(t) 라 하면, 시체의 온도 f(t) 와 시각 t사이의 일차 근사 함수는 두 점 (0, 25), (1, 20)을 지나는 직선으로 표현된다. 즉, f(t)= -5t+25 이다. 사망 시점의 의사의 체온을 36(℃)라 한다면, 방정식 f(t)= -5t+25=36을 풀어서 t=-2.2(시간)을 얻는다. 따라서 의사의 사망 시각은 기준 시각인 오후 5시로부터 약 2.2시간 전인 오후 3시 전후로 추정할 수 있다. 오후 3시경에 부검실에 머물렀던 사람은 정현식, 정미영, 김미진 세 명이므로 이들이 살해용의자가 된다.

그러나 사체의 온도 변화를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감소하는 일차함수에 근사 시키는 방법은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서 마시기 전에 커피 잔이 적당한 온도로 식기를 기다리는 경우나 뜨거운 국 또는 찌개를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경험에 의하여 뜨거운 커피나 찌개가 처음에는 빠른 속도로 식어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대기 온도에 가까워지면 미지근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처음에는 빠른 속도로 식어가다가 서서히 그 속도가 줄어들며 대기 온도에 근접해 간다는 것인데, 이는 뜨거운 물체의 온도 변화를 일차함수로 근사 시키는 것이 그리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위에서 일차 근사 함수로 살해용의자를 추정한 것은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

(2) 주어진 두 시점에서의 시체 온도를 이용하여 시각에 따른 온도의 변화를 이차함수에 근사 시키는 것은 두 점 (0, 25), (1, 20)을 지나는 이차함수를 정하는 일이다. 시각 t에 따른 온도 f(t)를 이차함수 f(t)=at²+ bt+ c (단, a, b, c 는 상수)라 하면, 미정계수 a, b, c를 정해야 하는데 두 점을 대입하여 독립적인 세 개의 미정계수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이차함수의 계수를 정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 이차 근사 함수를 이용하여 시체의 온도 변화를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온도 측정 시점이 세 지점이라면 이차함수로 표현하는 방법도 가능하고 일정한 시간 범위 내에서는 상당히 좋은 근사 정도를 보일 것이다.

(3) 논제에 주어진 뉴턴의 냉각 법칙은 ① 적정 조건 아래에서,② 물체의 온도가 식어가는 비율이나 더워져 가는 비율은,③ 그 물체와 주위의 온도차에,④ 비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① '적정 조건'은 문제에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자연과학의 법칙들은 이상적인 조건(적정 조건) 하에서 성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오차를 보인다. 이 적정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에 따라서 뉴턴의 냉각법칙에 의하여 추정한 결과의 오차 범위도 정해질 것이다. 우리는 문제의 출제자가 출제의도에서 '어떤 물체와 그 물체가 놓인 환경 사이의 온도차가 그리 크지 않다면'이라 했으므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적정 조건' 중의 하나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또 경험적 지식 또는 자연과학적 상식에 기반하여 추측하건데, 물체의 온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한 공기 흐름이 있다거나 주위 온도가 급격하게 변한다거나 주위로부터 물체에 복사열이 전달된다거나 하는 등의 복잡한 요인이 없이 '주위 온도가 거의 일정한 보통의 자연 상태에서' 정도로 그 외의 부가적인 적정조건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문제에서 부검실의 온도가 16(℃)로 일정하다고 했고 사람의 체온은 36(℃)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적정 조건을 만족한다고 보면 되겠다. ② '물체의 온도가 식어가는 비율이나 더워져 가는 비율'은 시각 t에서의 물체의 온도를 f(t)라 할 때, 시각에 따른 온도의 순간변화율 또는 f(t)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수열과 점화식의 개념을 활용하여 단위시간당 물체의 온도 변화 를 의미하는 것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위의 두 가지 접근 방법이 모두 타당함을 아래에서 보이겠다. ③ '그 물체와 주위의 온도차'는 제시문에서 부검실의 실내 온도가 16(℃)로 일정하다고 했으므로 f(t)-16으로 표현할 수 있다. ④ '비례한다'는 것은 비례상수 k가 있어서 등식 f(t)= k(f(t)-16)를 만족한다는 말이다.

그 외에 기준 시각 t=0에서 시체의 온도 f(0)= 25(℃), 또 한 시간 후 t=1에서 f(1)= 20(℃) 도 문제에 주어진 조건으로서 함수 f(t)를 구할 때 적용하여야 한다.

이제 등식 f(t)=k(f(t)-16)을 만족하는 함수 f(t)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f(t)-16〉0이므로 위 등식의 양변을 f(t)-16으로 나눈 후, 이 식의 양변을 t에 대하여 부정 적분하면, 아래의 식을 얻는다.

여기서 t=0.1두 시점에서의 시체 온도를 적용하면,

이다. 따라서 이다.

한편 근사 함수 f(t)를 구하는 방법으로서 수열과 점화식의 개념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위시간당 시체의 체온 변화를 라 할 수 있으므로 뉴턴의 냉각법칙은 아래의 식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수열의 귀납적 정의에서 다루어지는 두 항 사이의 점화식을 닮았다. 여기서 t를 자연수로 보고 일반항 f(t)를 구하면,

이다. 여기서 f(0)=25, f(1)=20을 적용하면

을 얻는데 이것은 위에서 미적분의 개념을 활용하여 구한 근사식과 일치한다.

이제 시체의 온도 변화 함수 f(t) 를 이용하여 의사의 사망 시각을 추정하고 살인용의자를 찾아보자. 의사가 살해된 시각의 체온은 36(℃) 로 본다고 했으므로 살해된 시각 t는

이다. 따라서 의사는 기준 시각(오후 5시경)으로부터 약 1시간 전인 오후 4시경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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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의 출입자 명단을 보면 오후 4시경에 부검실에 머물렀던 사람은 송진호, 최수열, 박상민, 김남지이므로 이들이 유력한 살인용의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뉴턴의 냉각법칙을 따른다는 조건 하에서 근사 함수 모형을 이용하여 추정한 것이므로 100퍼센트 정확한 것은 아니고 ‘매우 유력한’ 추정값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뉴턴의 냉각 법칙이 적용되는 ‘적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정도에 따라서 추정 오차의 범위가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살인용의자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