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영역’ 중 자신 있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읽기(독해)’라고 대답한다. 교재와 참고서를 중심으로 영어공부를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외로 영어시험에서 독해 때문에 시험을 망치게 된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더구나 최근 수능 및 중·고교 내신은 독해 지문이 늘고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다. 우선 목적에 따라 독해 방법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 문제 풀이를 위한 읽기와 소설을 읽기 위한 접근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는 정독(精讀), 후자는 다독(多讀)이 기본이겠지만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이라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첫째, Paraphrasing 연습이다. 독해에서는 Paraphrasing(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이 많다. 즉, 같은 용어가 동의어인 다른 단어로 표기되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습을 통해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을 익혀둬야 한다. 평소 독해공부시 영영사전 정의 옆에 나오는 짧은 설명을 읽어두거나 Thesaurus(동의어사전)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스키밍(Skimming)과 스캐닝(scanning) 연습이다. 스키밍이란 책이나 지문의 내용을 대충 읽고 이해하는 것을 뜻하며, 글의 머리말이나 각 문단의 첫 문장 등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스캐닝(훑어보기)을 하여 부족한 정보들을 찾아가며 읽어내게 된다.

셋째, 직독직해를 하라. 지문을 읽으면서 문장 내 각 단어 뜻 일일이 해석하려고 하거나 문법을 따지지 말고 자연스럽게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독해하면서 앞으로 되돌아와서 반복해 다시 읽는 것을 영어로 리그레션(regression)이라고 한다. 이 반복읽기는 독해속도를 현저하게 늦추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평소 독해실력을 탄탄히 만들어주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우선, 재미있는 영어 원서에 파묻혀라. 수준에 맞는 원서를 꾸준히 읽다 보면 긴 지문을 속독하는 능력이 커지고, 모르는 단어의 의미도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추해내는 감각이 길러진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수준과 흥미여부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남학생은 ‘톱기어’ 같은 외국 자동차 전문잡지, 순정소설을 좋아하는 여학생이라면 하이틴로맨스 소설 등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들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다고 덩달아 두꺼운 책에 도전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음으로 원서 읽는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놓고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몇 해 전 미국 10개 명문대학에 동시 합격했던 박원희양의 경우, 민사고 시절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규칙적으로 원서를 읽었다고 공부법을 전했다. 중학교 3학년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3개월 정도만 실천해도 원서 읽기에 대한 부담이 재미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