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와즈 사강의 소설 덕분에 언제나 가을이면 습관처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정작 이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무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늦가을인 11월, 5차례에 걸쳐 브람스의 실내악을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11월 1일부터 한달간 매주 목요일마다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시리즈 음악회 ‘브람스는 누구인가’다.

‘베토벤과 브람스’ ‘슈만과 브람스’ ‘휴고 볼프와 브람스’ ‘쇤베르크와 브람스’처럼 브람스를 음악적 선후배나 동시대 작곡가와 비교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전곡 연주회가 붐을 이루면서 한 작곡가의 특정 장르를 ‘집중 탐구’하는 연주회는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비교 체험’의 기회는 적었다. ‘베토벤의 적자(嫡子)’로 꼽혔던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를 베토벤의 현악 4중주와 함께 연주하고(11월 22일), 브람스 반대편에 서있었던 휴고 볼프의 가곡을 브람스의 성악곡과 함께 들려주는 방식이다(11월 8일).

▲ 피아니스트 최희연 교수

올 가을 ‘브람스 완전 정복’을 책임질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최희연 교수(서울대)다. 이 시리즈 음악회에서 매번 현악 주자와 성악가는 달라지지만, 피아노 연주는 모두 최 교수가 맡는다. 최 교수는 5차례의 콘서트를 이어주는 음악적 ‘연결 고리’가 되는 셈이다. 그는 “때로는 한 작곡가가 주변 음악가들과 맺었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 그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부터 5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완주했던 최 교수가 베토벤에 이어 브람스를 화두로 꺼낸 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는 “작곡가 가운데 화성(和聲)을 가장 풍요롭게 쓴 음악가가 브람스다. 때로는 순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곡 짜임새가 치밀하고 탄탄한 것이 브람스 실내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음악회가 열리기 전에 15분씩의 작품 해설도 맡는다.

그는 “왜 바그너 진영에서 ‘보수’로 낙인 찍었던 브람스를 훗날 쇤베르크는 ‘진보’로 평가했는지, 브람스 실내악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표정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1·8·15·22·29일 오후8시 금호아트홀, (02)6303-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