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홈런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93년 창단한 콜로라도가 올시즌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지만, 사실 그 이전까지는 강팀이 아니었다. 홈경기 승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투수들은 쿠어스필드에서 난타당하기 일쑤였다. 상대팀 투수도 마찬가지 조건이지만, 유독 콜로라도 투수들이 쿠어스필드에서 더 약했다.

덴버의 쿠어스필드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해발 1마일(약 1609m) 높이에 있다고 해서 덴버를 '마일 하이(Mile High)'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5200피트(약 1585m)다. 고지대여서 공기의 저항이 적고 습도도 아주 낮다. 타구가 멀리 날아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쿠어스필드에서 보관하는 공은 습기가 빠져나가 무게도 가벼워진다. 실측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힘이 실린 타구일 경우 다른 구장보다 10% 정도는 더 날아간다는 설도 있다.

보다 못한 콜로라도 구단은 지난 2002년 공인구의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창고를 만들었다. 이를 '휴미더(humidor)'라고 부른다. 휴미더는 원래 담배회사가 제조된 시거를 보관하는 창고를 말한다. 담배의 촉촉한 습도를 유지시키는 시설이다.

한 구단 관계자가 어느 여름 사냥용 신발을 꺼내 신어보다가 가죽이 수축해 작아진 것을 발견했다. 습기가 빠져나가 신발이 그새 작아진 것이다. 이것을 야구공 가죽에 연관시켰다. 쿠어스필드가 건조해 콜로라도가 쓰는 공인구는 메이저리그 규정보다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결론이었다. 어떤 공은 규정무게인 141.77~148.8g보다 28g이나 덜 나가는 것도 있었다. 공이 작아지니 투수들이 그립을 제대로 잡을 수 없어 변화구 구사에 불리했고, 무게가 떨어지면서 타구는 멀리 날아갔다.

쿠어스필드의 휴미더는 한번에 40박스의 공을 보관할 수 있으며 8.9㎝ 두께의 스티로폼으로 벽과 천정을 감싸고 그 위에 알루미늄 코팅을 해서 만들어졌다.

휴미더 안에서 습도를 유지한 공은 예상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휴미더가 생기기 직전 시즌인 2001년 쿠어스필드의 홈런수는 268개였다. 그러나 이듬해 229개로 줄더니 2003년 230개, 2004년 221개, 2005년부터 올시즌까지는 3년 연속 2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홈런에 대한 '파크 팩터(PFㆍPark Factor)'도 확연히 줄었다. 홈런 PF란 홈구장에서의 게임당 홈런수를 원정경기 게임당 홈런수로 나눈 수치다. 1보다 크면 '타자 친화적', 적으면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표현한다. 쿠어스필드의 홈런 PF는 2001년 1.457에서 올해 1.218로 떨어졌다. 여전히 타자 친화적 구장인 것은 맞지만 '휴미더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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