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과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를 추진하면서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은 14일 공동으로 삼성의 불법대선자금과 각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나라당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당선축하금 의혹 등에 대한 특검법안을 15일 별도 제출키로 했다.
하나같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수사 대상과 기간, 수사팀 규모도 역대 최대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은 물론이고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과 경제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광범위한 수사 대상
3당이 이날 발의한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은 1997년 이후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주체·방법·사용처, 정·관·법조계 등 로비, 불법상속 의혹 등이다. 반면 한나라당 법안은 2002년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과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 등 최고권력층 로비 의혹,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을 대상으로 삼았다. 범여권 안(案)에는 당선축하금이, 한나라당 안에는 불법상속 의혹이 빠져 있다.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이 쟁점
국회 논의 과정에선 노 대통령을 옥죌 수밖에 없는 당선축하금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자금과 이른바 '당선축하금'을 특검의 수사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당선축하금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유언비어 유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당 내부에서 정동영 후보와 친노(親盧) 진영이 대립할 가능성이 적잖다. 삼성의 불법상속과 언론·학계 로비의혹 수사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반대다.
특검 추천은 대법원장(범여권)이 하느냐, 대한변협(한나라당)이 하느냐로 갈린다. 범여권은 수사기간(최장 180일)과 수사팀 규모(특검보 6명, 특별수사관 60명)를 최대한 늘려 잡았지만, 한나라당은 기간(70일)과 규모(특검보 2명, 수사관 20명)를 모두 줄였다.
◆6개월간 특검 정국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내년 상반기 내내 ‘특검 정국’이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과 기업·공무원·법조·언론·학계가 모두 삼성 비자금 회오리에 빨려들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자금 및 당선축하금 수사가 시작되면 노 대통령은 내년 2월 퇴임 이후 특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각 당 핵심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 리스트’가 나오면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검법 법리 논란
특검법에 대해 수사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고,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종료된 사안,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당장 ‘수사범위’를 문제 삼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삼성 비자금 중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나 단순 비자금은 공소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선자금 등 확정판결이 난 사안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은 “판결할 사람이 수사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검사
검찰에 맡길 경우 공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일정한 기간을 정해 조사하는 독립기관이다. 주로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있을 때 특별검사가 임명된다. 1999년 옷로비 의혹, 2003년 대북 송금 사건 등이 대상이 됐으며,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7번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