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영미씨.”
“고마워요, 아저씨.”
지난 9일 오후 중국 산둥시(市) 곡부 원동대학교 한국어과의 기초한국어 강의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던 대만인 유순달(56·劉順達) 교수는 기자의 국제전화를 받고 “수업 중이라서 통화가 힘들다”고 한국말로 속삭였다. 수화기 너머로 유 교수가 읊은 한국 영화 대사를 그대로 따라 하는 한국어과 학생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중국 시골의 작은 대학에 이렇게 한국어가 울려 퍼지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유순달 교수다. 이 대학에 일본어과만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유 교수는 2005년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 한국어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니 한국어과를 만드는 게 어떤가”라고 적극 설득했고, 결국 학생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첫해에는 학생이 3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렸다.
이렇게 유별난 한국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유 교수는 산둥성에 함께 사는 형 유순복(劉順福·66·저술가)씨와 함께 중국에서 소문난 ‘한국 마니아’다.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 형제는 각각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만으로 돌아가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후에 다시 한국에 돌아와 부산 영사관, 서울주재대만대표부 등에서 5년여간 일하다가 동생은 2004년, 형은 2006년 퇴직했다. 퇴직 후 한때 대만에 있는 동안에도 외교적으로 한국 관련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불려 다녀 ‘한국통’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외교관 시절 형제는 “당신들은 대만이 아니라 한국 국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국 사랑이 각별했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지금도 유 교수네 냉장고에는 항상 김치, 된장 등 한국 음식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머니께 배운 솜씨로 김치도 직접 담아 먹는다. 옷도 ‘동대문 시장표’를 가장 좋아하고, 대만 친구들을 만나도 한국 식당만을 고집한다. 한국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사재(私財)를 털어 돕기도 했다. 큰 수해가 났을 때는 수해의연금을 냈고, 서해교전 유가족 소식을 접했을 때는 성금으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또 퇴직할 때는 형제가 평소 청계천, 인사동 등에서 취미로 모은 도자기 등 전통 물품을 시민단체에 고스란히 기증하고 돌아갔다.
‘한국 문화 전파’에도 열심인 형제는 작년 ‘제1회 한국문화의 날’도 만들어 중국 대학 캠퍼스에서 행사를 벌였다. 김치와 부침개 등을 직접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함께 윷놀이도 했다.
지금까지 형제는 한국 관련 책도 20여 권이나 중국어로 번역했다. 순복씨는 한국어 회화, 김소월 시집 등을 번역했고, 현재 ‘한국 근대사’를 집필 중이다. 한국어 관련 책을 주로 써온 동생 순달씨는 지금 ‘한국의 효도와 인내’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순달씨는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정이 많고 도덕성이 뛰어난 민족”이라며 “대만은 분단 국가로서 이만큼 성장한 한국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