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학생은 문란하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여대생 이모씨(24)는 최근 소개팅 자리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 말을 꺼내자 상대방이 대뜸 "호주요? 그럼 동거도 하셨겠네요"라고 되물어 온 것.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비자를 준비하고 있는 손모씨(23) 역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왜 하필 호주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일부 중매쟁이들은 손씨에게 "호주 유학을 다녀오면 선 자리를 마련해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손씨는 "나중에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을까봐 꺼림직한 게 사실"이라며 "다른 영어권 국가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호주 유학생 숫자가 급증하고 혼전 동거가 갈수록 일반화 되면서 '호주 유학생은 문란하다'는 편견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 양모씨(여ㆍ23)는 "일부 남학생들끼리 '신혼여행갈 때 처음 여권을 만드는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고 수근대기도 한다"며 "외국에서 생활한 여자들은 성생활이 문란했을 것이라고 보는 편견이 대단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왜 하필 호주일까?
우선 호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비자 취득이 수월한 편이다. 특히 '워킹홀리데이'라는 프로그램이 보편화 돼 있어 매년 2만5000명에 달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호주로 향한다.
이렇게 호주를 찾은 대학생들은 보통 '팜스테이'라는 농장 근무를 선호한다. 도시의 시간제 근무보다 훨씬 여유롭고 소득 또한 높기 때문.
문제는 한창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이 여가 시설이 부족한 농장에서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또 농장 지역은 시내에 비해 전월세가 저렴해, 비교적 부담없이 이성과 동거를 시작할 수 있다.
지난해 호주 현지 동포신문인 '코리아타운'에서 한인 유학생 2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7명이 현지 동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만의 얘기가 아니다!
혼전 동거에 대한 의식 변화는 국내에서도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봄 교제를 시작한 캠퍼스 커플 박모씨(25)와 최모씨(여ㆍ21)는 공식 동거커플. 지난해 여름 어학연수를 함께 떠나면서부터는 아예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학교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들마저 이들의 동거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각 유명 포털사이트 마다 방 한 칸을 나눠쓰는 '하우스 메이트'나 '룸 메이트'를 구하는 카페가 성행 중이다. 이런 카페에는 '함께 사실 23세 이하 여대생 찾습니다. 저는 B대학 3학년 남입니다'식의 글들이 버젓히 게시돼 있다.
대학생 김모씨(25)는 "캠퍼스 주위에서 비슷한 동거 커플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동거는 대단한 이슈거리도 못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혼전 동거, 혼전 성관계가 급증함에 따라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전국 여대생 3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이 48,4%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성 유경험자 가운데 반드시 피임을 하는 경우는 47.4%에 그쳤고, 임신중절을 했다는 응답이 24%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