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인구 100만명을 넘긴 경기도 수원시가 ‘광역시’ 승격을 꿈꾸고 있다. 수원시는 올해 1월 기준 인구가 106만명으로 울산광역시(109만명)와 맞먹는데다 시 외곽에서 개발이 지속되는 덕에 오는 2020년에는 131만명의 거대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더 이상 경기도에 예속된 기초자치단체로 남을 수 없다는 게 수원시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수도권 중심의 알짜배기 도시를 떼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반대하고 있고, 인근 화성시와 오산시는 수원시로의 흡수 통합을 우려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검토 계획이 없다”며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


◆우리가 울산보다 못한 게 뭐냐


수원시의회는 지난 5일 본회의를 열고 '대도시 행정 수요에 상응하는 수원광역시 승격 건의안'을 의결했다. 시의회는 건의안에서 "수원시 인구가 110만명에 육박해 광역시 승격 요인을 갖췄는데도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논의가 없다"며 "수원의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광역시 승격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건의안을 국회와 정부 등에 발송하고 조만간 광역시 승격추진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여 나갈 방침이다.

수원시도 이미 내부적으로 광역시 승격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수원시에 따르면 1963년 부산이 직할시(광역시의 이전 명칭)로 승격할 당시 인구가 116만명이었고, 인천은 1981년 직할시 승격 당시 108만명, 광주는 1986년 직할시 승격 당시 92만명, 울산은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101만명이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울산시와 비교하면 울산시 공무원은 4567명(8월 말 현재·소방직 제외)으로 공무원 1인당 주민수가 240명인데 반해 수원시는 2520명으로 1인당 주민수가 425명이다. 수원시 이광인 자치기획국장은 "인구는 광역시 승격 여건이 되지만 아직 도청 소재지로 머물러 있어 행정이나 주민 생활면에서 많은 불편이 따른다"며 "수원시를 광역시로 승격시켜 도시계획권과 인사권, 예산 및 지방세 권한 등을 독립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인근 자치단체는 강력 반발

하지만 수원시를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와 수원시에 인접한 화성·오산시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로서는 도청이 소재한 중심 도시를 분리시키면 도 전체의 통합 행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화성·오산시는 “수원시의 현재 면적이 121㎢로 기존 광역시 중 가장 좁은 광주광역시(501㎢)의 4분의 1”이라며 “부산·광주·울산 등이 직할·광역시로 승격될 당시 인근 시·군을 통합했듯이 화성·오산도 수원시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흥재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6~7년 전에도 수원시가 광역시 승격을 주장했다가 당시 임창열 지사가 도청을 용인이나 과천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수그러들었다”며 “통합 행정이 중요한데 수원시를 광역시로 독립시키는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행정적 낭비”라고 일축했다.

조성행 화성시 자치행정국장도 “대응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 했다.

◆정부도 “글쎄올시다”

현행법상 광역시 승격 요건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수원시가 광역시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도와의 의견 검토를 거쳐 정부와 국회의 의결 절차를 밟거나 행정자치부가 타당성을 인정해 수원 주민들의 투표를 거치는 방법 등이 있다. 두 가지 모두 경기도와 정부의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원시가 독자적으로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강병규 행정자치부 지방행정본부장은 "수원시의 광역시 승격을 위해서는 경기도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