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논술. 언뜻 보면 관련이 없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는 각 대학의 통합 논술 시험에 이미 깊숙하게 뿌리내렸으며, 앞으로도 논술 시험이 존재하는 한 계속 중시될 것이다. 아니, 논술 시험이 없어지더라도 통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데 통계자료를 활용하거나, 통계자료를 근거로 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통계 자료 이해 능력은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제호)

"통계적인 사고는 유능한 시민이 되기 위해 읽기와 쓰기 능력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우주 전쟁'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

실제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정보와 자료들은 넘친다. 이들 가운데서 쓰레기를 걸러내고 정보와 자료의 가치를 제대로 판별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작성하며 해석하는 통계적 사고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인 셈이다.

"개인이나 조직의 경쟁력은 바로 정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 분석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통계는 자료의 효과적 수집과 분석 그리고 객관적이고 명확한 척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8쪽)

'통계의 미학(Statistical Thinking)'은 통계 전문가인 저자가 통계 자료를 제대로 파악하고 통계학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통계라면 눈살을 찌푸리고 보는 일반인, 통계를 업무에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직장인, 특히 머리를 싸매고 통계 자료를 해석해 논술을 써야 하는 수험생에게까지 두루 요긴하다. 저자는 "통계학을 아는 만큼 세상을 잘 보게 된다. 세상을 더 많이 잘 보고, 또 그만큼 세상과 친해지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마디로 통계는 세상의 이면을 꿰뚫는 과학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기존의 통계 관련 책들과 달리 철저히 독자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기본적으로 통계자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되는지 누구라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를 위해 확률 분포나 수학 공식 등과 같은 '전통적인 골칫거리'들은 슬쩍 책 뒤로 미루거나 아예 제쳐 놓았다.

또한 이 책은 차근차근 통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며 최근 우리 주변의 사례들을 해석해간다. 여론 조사와 대통령 선거, EBS 수능 방송 활용비율 논란, 2007년도 하반기 콜금리와 통화량 관계, TV 심야 토론 '성직자의 수입 세무 신고' 등의 내용을 담아 읽는 내내 흥미롭다. 여기에 외국 사례들도 덧붙여 풍부한 통계 사례집이자 해설집, 자료집으로도 적절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통계적으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지라'고 조언한다. 첫째, 통계 자료의 수집과 정리, 분석 방법 등의 원리와 그에 활용된 관련 용어들에 익숙해지라. 둘째, 나누어 보는 방법, 즉 기본적으로 대상을 나누어서 접근하는 세분화 능력을 키워라. 셋째 다양한 관계를 이해하여 복잡한 인과 관계를 잘 풀어내라.

이 세 가지는 각각 원리와 용어에 대한 이해를 통해 통계학의 세계에 쉽게 접근하고,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하는 주장들의 타당성을 평가하도록 이끈다. 또한 인과 관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객관성'과 '사실성'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든다.

책장을 몇 장만 뒤적거려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데 필요한 기초지식이 가득하다. 표본 조사, 모집단, 무작위 선정 방법, 측정 표준, 규범적 주장과 실증적 주장, 데이터 파악 기술, 히스토그램, 산포와 변동, 현황 파악과 인과관계, 임계점 효과, 통계적 가설 검정 등등. 세상을 제대로 읽고 만들기 위해 통계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닫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익혀놓으면 좋겠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다음, 거듭 읽으면서 정리하면 금상첨화다. 이때 차례를 활용하면 안성맞춤. 큰 제목 안에 자세한 소제목들이 붙어있으니 내용을 떠올리고 간단히 보충하면 더 효과적이다.

허병두 숭문고 교사

[ 생각해 볼 문제 ]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방송된 유명한 몬티 홀 TV쇼. 무대 위에 3개의 문이 있고 문마다 커튼이 쳐있어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출연자가 그 가운데 하나의 문을 선택하면 그 뒤에 있는 것을 가져갈 수 있다. 누구나 갖기를 바라는 고급 승용차는 단 하나의 문 뒤에만 있다. 맞힐 확률은 1/3.

이윽고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마음속으로 선택했냐고 묻고 슬쩍 셋 중 하나를 열어 보여준다.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갸웃대는 염소가 서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개의 문. 어느 문 뒤에 고급 승용차가 서 있을까? 오, 짓궂기도 해라. 진행자가 슬쩍 말한다. 자, 지금 다른 문으로 바꿔도 좋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마음먹은 대로 그냥 있을까? 아니면 과감하게 선택을 바꿀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답은 책 242~245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