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가 꽃도 피워보기 전에 뿌리에 심한 '영양 실조'를 앓고 있다. 대학 진학과 장래 불투명성 때문에 초등학교 여자 축구팀 지원자들이 줄어들면서 최소 선수 숫자인 11명도 채우지 못하는 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에 초등학교 여자팀은 단 1개(남자 50팀)뿐이고, 전국대회에도 불과 10여 팀이 가까스로 선수 숫자를 맞춰 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5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여자 초등 스토브리그'. 전국 25개 초등학교 여자팀 중 14개 팀밖에 참가하지 못했다. 나머지 11개 팀 대부분은 선수가 부족해 참가를 포기했다. 지난해 전국대회 3관왕인 경기도 부천 심원초등학교 여자팀도 불참했다. 6학년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선수가 9명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여자 축구부 선수 인원은 대부분 12~13명, 많아야 16~18명이다. 감독과 학교측이 다른 지역까지 쫓아다니며 선수 발굴·스카우트에 애를 쓰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핵가족화되면서 딸에게 거칠고 힘든 운동을 시키려는 부모가 줄어들었고, 축구로 좋은 대학이나 실업팀에 가기 힘들다며 만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1년 '한국축구 10대 과제' 중 하나로 여자 대학팀 창단을 통한 초·중·고교팀 연쇄 창단 유도라는 세부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2002년 11팀이었던 대학 여자축구팀은 지난해 6개로 줄어들었다. 그 중 4년제 대학은 경북 위덕대 1곳, 서울·수도권은 한양여대 1곳뿐이다. 한때 이화여대, 숙명여대, 경희대, 관동대에도 여자 축구팀이 있었지만 해체됐다.
실업팀은 작년 말 부산 상무, 수원시설관리공단 팀이 창단돼 서울시청·현대제철·대교·충남일화 등 6개팀으로 올해부터 겨우 리그를 꾸리게 됐다. 실업팀은 스타급 선수 연봉 상한선이 4000만원,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하면 1순위도 2500만원 미만이다. 번외 지명으로 들어오는 선수는 15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여자 축구팀이 있는 송파초등학교의 주진희(29·여) 감독은 학교측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지방출신 선수 5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주 감독은 "선수수급 어려움과 예산 부족에 행정지원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송파구에는 여성축구전용구장과 인조잔디구장이 있지만 조기 축구와 성인축구팀에 밀려 어린 여자 선수들은 맨 땅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여자축구 본선에는 중국·북한·일본이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다. 한국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