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케이블 채널에 외계어를 구사할 수 있다며 출연한 ‘빵상 아줌마’ 황선자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빵상’은 자칭 우주신과 통한다는 황씨가 외계인에게 사용하는 인사말.
황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까라까라 마라마라 쇼루쇼루 샤라샤라”, “빵빵 똥똥똥똥 땅땅 따라라라” 등의 기이한 언어법을 선보여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네티즌들은 빵상 아줌마의 우주 언어를 모아 리믹스곡을 만드는가 하면 ‘빵상교’를 숭배하는 팬카페를 만드는 등 황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엔 신뢰감 보여주는 채널러 거의 없어"
이 같은 ‘외계어’의 구사는 터무니없이 황당한 일에 불과할까?
전문가들은 황씨처럼 외계인과 교신하는 이들을 ‘채널러(Channeler)’, 외계인과 교신하는 행위를 ‘채널링(Channeling)’이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 TV 채널을 돌리듯 영적(靈的) 주파수를 맞춰 원하는 영(靈)들과 교신하는 행위를 일컫는 것. 한국UFO총연합회 박찬호 편집국장은 “채널링이란 단순히 외계인과의 교신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신과 같은 비물질적인 영적 존재와의 대화도 포함된다”며 “이 때문에 UFO 관련 단체뿐 아니라 일부 종교단체에서도 관심을 갖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러한 채널링이 처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끈 계기는 ‘유란시아 서(書)’의 출간이다. 1955년 당시 시카고 대학 교수였던 윌리엄 새들러가 채널러들의 말을 모아 편찬한 ‘유란시아 서’는 2097쪽의 방대한 양으로 우주 창조와 기원, 지구의 역사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선 1990년에 ‘유란시아 서’의 내용을 연구하는 유란시아 한국재단이 설립됐다. 유란시아 한국재단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 2000명 정도, 전세계적으로는 100만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1994년 시인 제인 로버츠가 ‘세스(Seth)’라 불리는 영적 존재에게 들은 내용을 적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다시 한 번 ‘채널링’은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1960년대 UFO 피랍사건에서 목격된 외계인과 채널링했다고 주목을 끈 리사 로열, 지난 2001년 9·11 테러와 관련해 외계인과 접촉한다는 쉘단 나이들 등도 대표적인 채널러다. 이들을 포함,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채널러는 30~40명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정신과학학회 박완서 서울지회장은 “2000년에 이미 채널링에 관련한 책이 1000권 정도 나왔다”며 “한국엔 최근에야 소개된 정도지만 세계적으로는 90년대부터 이미 대중적인 관심사”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서 채널링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박 서울지회장은 “외국의 유명한 채널러만큼 신뢰감을 보여주는 한국 채널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채널링을 연구하는 학회로는 한국총UFO학회, 한국정신과학학회, 미내사(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 클럽 등이 있다.
◆채널러 진위 여부 어떻게?
채널링과 관련, 가장 유명한 연구는 70년대 초반 실시된 발레리 헌트 박사의 연구결과다. 미국 UCLA 대학의 신체운동학 교수였던 헌트 박사는 근육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근전도계를 이용, 인체 에너지장이 전기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헌트 박사에 따르면 개개인의 의식에 따라 에너지장의 주파수가 다르게 나타난다. 헌트 박사는 예컨대 물질세계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의 주파수는 250Hz, 심령가나 치유 능력이 있는 사람은 400~800Hz, 채널러는 800~900Hz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재수 박사 역시 뇌파 측정 데이터 분석 결과 “우뇌에서 나오는 뇌파가 더 활성화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평소 시행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대신 채널러들이 전하는 내용의 ‘논리성’을 따져 채널링의 진위를 구분한다. 대개의 경우 채널러가 전달하는 내용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거나 인류의 문명을 다루고 있다.
박 편집국장은 “리사 로열처럼 유명한 채널러가 말하는 내용은 방대한 양에도 불구, 무척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며 “‘빙의된’ 무당들도 채널러로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 단편적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 역시 “채널러들이 전하는 내용엔 사람이 다 달라도 일관된 흐름이 있다”며 “채널러 연구 초기엔 축적된 자료가 없어 채널링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들었으나 지금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진짜 채널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