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치티 스비바유챠(꿈은 이루어진다)!'모스크바 시내 나묘트키나 거리의 가즈프롬 본사 출입구를 통과한 사람들이 맨 먼저 마주치는 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이 적힌 부분을 지나면 가로 3m, 세로 1.5m의 TV 화면에 회사 광고가 등장한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Putin·56) 대통령과 가즈프롬 직원들이 한데 어울려 웃음꽃을 피우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소치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일등공신이 바로 가즈프롬이란 점을 부각한 것이다. 회사 1층 로비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중동지역 가스 분야 관계자는 "가즈프롬이 러시아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책임진다니, 웬만한 나라보다 낫다"고 감탄했다.

설립 19년 만인 1월 말 현재 시가총액 3450억달러로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한 러시아 천연가스 기업 '가즈프롬'. 러시아어 '가즈(가스)'와 '프로므쉴렌노스트(기업)'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이 기업이 올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시도한다. 바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43) 회장이 오는 3월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회장이 대통령이 되면 가즈프롬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그가 대통령 당선 후 회장직을 내놓게 되면 5월 퇴임하는 러시아의 최고 실권자 푸틴이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는 상황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천연가스 기업‘가즈프롬’본사의 모습. 가즈프롬 본관(오른쪽) 건물의 높이는 50m로,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다. 본관 꼭대기에 있는 5m 높이의 첨탑은 밤낮으로 가스 불꽃을 상징하는 푸른색 형광등을 켜 놓고 있다.

이미 가즈프롬은 '러시아 최초의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 목표를 선언했다. 알렉산드르 메드베데프 부(副) CEO는 작년 말 "앞으로 5년이나 7년 내에 1조달러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1000㎥당 40달러인 국내 가스가격을 65달러로 인상하고, 가즈프롬 보유 자원에 대한 자본시장의 재평가 등이 뒷받침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본사 사무실은 좁다. 약 30㎡ 크기의 사무실마다 1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6층 사무실에서 만난 직원 이리나 코마로바(27)는 "사무실은 좁아도 직원 모두가 자부심으로 뭉쳐 있다. 조만간 1조달러 기업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가즈프롬이 보유한 천연가스 양은 29조㎥. 전 세계 매장량의 17%이고, 러시아 매장량의 60%다. 한국이 약 853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전체 유럽 소비량의 25%가 가즈프롬에 의존한다. 한국도 올해 처음으로 가즈프롬의 액화천연가스(LNG) 150만t을 수입한다. 이 LNG는 앞으로 20년간 한국에 계속 수입되며, 현재 양국 간 700만~1000만t의 추가 LNG 도입 협상도 진행 중이다.

올 들어 가즈프롬에 자체 무장 병력 보유까지 허용됐다. 기업이 병력을 직접 거느리는 파격적인 특혜는 가즈프롬이기에 가능하다. 대규모 가스전과 가스관, 43만2000여명의 직원을 테러조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가즈프롬이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은 단지 가스·석유 보유량 때문만은 아니다. 우수 인재들을 유치한 덕이 크다. 본사 직원 2500여명 가운데 80% 이상이 모스크바국립대와 바우만공대 등 국내 명문대 출신들이고, 석사 이상 학위의 해외파도 약 25%나 된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젊은이의 44%가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가즈프롬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