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08 SK텔레콤 T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지난 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만원 관중이 동원된 결과만 놓고 볼 때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이번 올스타전은 선수들이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며 팬들과 시간을 갖고, 신인 선수들이 단체 댄스를 선보이는 등 경기 외적으로는 팬들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 내적으로는 예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팬들에게 올스타 선수는 큰 상품이지만, 그들이 펼친 게임은 상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 지루한 '양궁농구'

올스타전은 화려함을 전제로 하는 한 편의 무대다. 농구의 꽃은 덩크슛이다. 그러나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성공시킬 수 있는 국내선수는 많지 않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국내선수 덩크 부문 1위와 3위에 랭크돼 있는 이동준(오리온스)과 김효범(모비스)이 나란히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덩크를 성공시키고 있는 김주성이 분전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외곽에서 3점슛만 던져댔다. 드림팀·매직팀이 약속이라도 한 듯 3점슛을 무려 46개씩 던졌다. 특히 서장훈(KCC)과 현주엽(LG)은 나란히 이번 올스타전에서 가장 많은 9개의 3점슛을 던졌다.

문제는 이같은 3점슛 남발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한 조상현(LG)은 3점슛만 15개를 던졌다. 대다수 선수들이 3점슛 던지기에 바빴고 그도 아니면 평범한 레이업슛만 시도했다. 정규리그에서 수없이 본 플레이들이었다. 올스타전만의 차별화된 플레이는 없었다. 심지어 골밑 돌파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선수들을 중심으로 앨리웁 플레이들이 종종 연출됐지만 무미건조했다. 화려한 패스 플레이에 이은 덩크와 시원시원한 속공 플레이도 드물었고 경기 내용 또한 진지함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올스타전에서마저 신물 나는 ‘양궁농구’를 봐야 한다는 것은 팬들에게 고역이었다.

▲ 아쉬운 덩크슛 대회

올스타전의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덩크슛 컨테스트다. 내로라 하는 덩커들이 등장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간이다.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가 따로 없다. 예선전은 그래도 꽤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신인 김재환(SK)은 올 NBA 올스타전 덩크왕을 차지한 드와이트 하워드처럼 슈퍼맨 복장으로 덩크를 시도해 환호를 받았고, 이동준·김효범도 고난도 기술로 덩크슛을 작렬시키며 결선에 진출했다. 배트맨 복장으로 나타난 브랜든 로빈슨(SK)도 눈길을 끌었으며 테런스 섀넌(전자랜드)도 고난도 덩크를 터뜨리며 나란히 결선에 올라갔다.

그러나 덩크 컨테스트는 오히려 결선이 흥미가 떨어졌다. 김효범은 예선 때와는 달리 결선에서 고난도 덩크슛을 모두 실패했다. 덩크 기회가 두 차례밖에 없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도제한으로 선수들이 고난도이거나 창조적인 덩크슛보다는 '안전한' 덩크슛만 시도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NBA처럼 시간제한 2분을 주고 덩크를 맘껏 시도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뿐만 아니라 덩크슛 컨테스트 시 분위기 조성이나, 심사위원들의 점수 채점에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 MVP 김주성의 의미

이번 올스타전 MVP는 ‘에어 카리스마’ 김주성(동부)에게 돌아갔다. 이날 올스타전에서 김주성은 24분45초를 소화, 21점·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적으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덩크슛 2개를 비롯해 각종 익살스런 모습으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2쿼터에는 문경은을 집중적으로 개인마크하며 눈길을 끌더니 3쿼터에는 서장훈의 레이업슛을 ‘무자비하게’ 블록슛해 웃음을 샀다. 3쿼터 막판에는 이한권의 자유투를 ‘느닷없이’ 나타나 블록슛했다. 골텐딩으로 기록됐지만 정규경기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프로농구 최초로 600블록슛을 돌파한 블록슛의 대가답게 올스타전에서도 기상천외한 블록슛으로 농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MVP 수상 후 김주성은 “모범생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동안 정규리그-올스타전에서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올스타전 같은 축제의 장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김주성은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덩크슛을 시도했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습으로 올스타전의 묘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하프라인 슛 이벤트에서 림을 등진 채 슛을 던진 것도 바로 김주성이었다. 평소 밋밋하기 그지없는 ‘작대기 덩크’가 아닌 백덩크와 팔로덩크까지 선보였다. MVP 김주성은 올스타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외국인선수 덩크왕에 오른 섀년이 팔꿈치까지 림 안에 넣고 매달려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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