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ちらし)'는 '뿌리다'라는 뜻의 동사 '지라스(散らす)'에서 나왔다. '뿌리는 것'이란 뜻이다. 일본 국어사전 '고지엔(廣辭苑)'이 '지라시'에 달아놓은 10가지 뜻 중 첫 번째가 일반적 의미인 '뿌리는 것', 두 번째가 '광고를 위해 배포하는 인쇄물'이다. 따라서 '지라시'란 말은 대중을 상대로 무차별 배포하는 '전달 방식'에서 이름이 붙었다고 보면 된다.

일본 생활은 ‘지라시와의 동거’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먼저 조간 신문을 펼치면 그 안에 신문 간지(間紙) 분량의 두터운 지라시 뭉치를 발견할 수 있다. 신문 광고가 ‘전국구’라면 지라시는 ‘지역구’ 광고를 커버한다. 슈퍼, 중고차, 파친코 광고가 주종을 이룬다. 이들 중 인근 슈퍼마켓의 세일 광고는 주부의 당일 쇼핑과 저녁 밥상을 결정할 만큼 가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역 입구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배포하는 지라시를 여러 장 받을 수 있다. 작은 휴지의 포장지나 뒷면에 광고를 인쇄해 나눠준다. 인근 음식점이나 고리대금 광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낮에만 그렇다. 거리에서 만나는 지라시는 밤이 되면 얼굴을 바꾼다. 요즘은 경찰 단속으로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몇 년 전까지 공중전화 부스와 차량 문틈에는 ‘매춘(賣春)’ 지라시가 홍수를 이뤘다.

일본에서 지라시를 접하는 또 다른 창구는 우편함이다. 우편함을 열면 공공요금 청구서보다 지라시가 많은 날도 있다. 역시 인근 음식점이나 마사지, 매춘 관련 지라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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