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black hole)'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인 미국의 존 휠러(John Wheeler·97·사진)가 지난 13일 숨을 거뒀다. 뉴욕타임스는 14일 휠러의 딸인 알리슨 휠러 랜스턴의 말을 인용, 휠러가 전날 뉴저지주 하이트스톤 자택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를 둔 것으로, 우주의 천체 중에서 그 구성 물질이 극단적인 수축을 일으킨 결과 그 안의 중력이 무한대가 돼 빛마저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천체를 말한다. 휠러는 이전까지 '깜깜한 별', '중력이 완전히 붕괴한 존재' 등으로 불리던 이 천체에 대해 1969년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암흑의 구멍이란 뜻으로 블랙홀이란 이름을 붙였다.
휠러는 프린스턴 대학과 오스틴 텍사스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핵분열 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줬으며, 2차대전 당시 원자탄 제조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똑같은 세상이 다른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다(多)우주론(Many Worlds)'이라는 개념을 도입, 물리학자뿐 아니라 공상과학소설에도 영감을 제공했다. 우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지름길인 '웜홀(worm hole)'이란 단어도 만들어냈다.
휠러는 현대물리학의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전달하는 특유의 능력 덕분에 '시인(詩人)을 위한 물리학자'로도 불렸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Feynman)도 휠러의 제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