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비행기를 탄다는 소식이 최근 화제가 됐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긴 이동거리 때문에 선수들이 피로해질 것을 우려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구단에 건의를 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18일 낮 목동경기를 위해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날아갔다.
롯데의 올시즌 예상 이동거리는 약 1만1675㎞. 한시즌 원정을 위해 서울에서 뉴욕까지의 거리(약 1만1080㎞)보다 더 움직이는 셈이다. 해마다 KBO가 구단별 이동거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스케줄 짜기에 고심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다.
롯데의 비행기 탑승이 화제가 된 건 한국프로야구에선 구단 버스 이동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리그의 선수단 이동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리그마다 천차만별이다.
▶1호차보단 2호차가 편한 법
과거엔 구단 버스들이 심야시간에 고속도로를 '날아다닌' 경우가 많았지만, 몇차례 대형사고를 겪은 구단들은 버스의 가속 페달을 묶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110㎞ 이상 안 나오게 만드는 식이다.
국내 구단은 3연전을 마친 뒤 야간에 버스 두대에 나눠 타고 이동한다. 예를 들어,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에서 두산과 화,수,목 3연전을 치렀다고 하자. 다음 주말 3연전이 LG와의 서울 원정일 경우 어떻게 움직일까.
목요일 밤 경기가 끝난 뒤 샤워와 간단한 식사를 마치면 보통 밤 11시 전후에 이동을 시작한다. 금요일 새벽 2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하면 짐을 내리고 취침하게 된다. 화,수,목 경기가 원정일 경우엔 대부분 구단이 월요일 오후에 이동해서 하루 먼저 숙박하게 된다.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원정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경기를 치르게 된다.
구단 버스는 1호차, 2호차로 나뉜다. 대개 1호차에 감독과 투포수가 탑승한다. 2호차에는 야수가 탄다. 당연히 2호차가 심정적으로 편하다. 과거 김응용 감독 시절, 삼성의 야간 이동 버스 안에선 텔레비전 시청이 금지됐다. "안 자고 텔레비전 보면 눈 버린다"는 김응용 전 감독의 엄명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기자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직전 경기를 한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이동 때 복장이 자유롭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두산 간판타자 김동주를 만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신칸센과 양복
일본 구단들은 기본적으로 고속열차인 신칸센으로 이동하는데 야간 이동이 아니라 3연전 첫날 오전에 움직이는 게 원칙이다. 야쿠르트 임창용이 주중 3연전을 홈인 도쿄 진구구장에서 치른 뒤 주니치와의 주말 3연전을 위해 이동하는 시점은 금요일 오전이라는 얘기다.
일본 선수들에겐 당연한 스케줄이지만, 당일 오전 이동은 한국 리그 출신 선수들에겐 죽을 맛이다. 도쿄~나고야 구간은 거리상으론 260㎞에 불과하니 신칸센으로 움직이면 금세 도착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달콤한 늦잠을 잘 시각에 허겁지겁 나가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본 첫해를 겪고 있는 임창용도 "아침부터 움직이는 게 가장 피곤하다"고 말했다. 주니치에서 4년간 뛴 경험이 있는 삼성 선동열 감독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그거 진짜 죽을 맛이다. 나도 힘들었는데 한 1년쯤 겪어본 뒤에야 슬슬 적응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야쿠르트의 경우 같은 도쿄의 도쿄돔이나 아랫동네격인 요코하마구장으로 움직일 땐 개별적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선동열 감독의 경우엔 구단이 제공하는 택시 티켓을 이용했다. 전국 아무 곳에서나 티켓을 뜯어서 사인을 하면 구단에서 사후 결제를 해준다.
아무래도 훤히 날이 밝은 뒤에 일반인들과 섞여 움직이기 때문일까. 일본 선수들은 신칸센 단체 이동 때에는 양복을 입는 게 원칙이다.
▶전세기와 시차
워낙 땅덩어리가 큰 미국이기에 메이저리그 팀들은 기본적으로 전세기를 띄운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이동거리가 가장 많은 팀은 미국 서북부에 근거를 둔 시애틀 매리너스다. 대륙을 가로질러 동북부의 보스턴 원정까지는 4838㎞, 플로리다로 옮겨 탬파베이와 3연전을 치르려면 5000㎞ 이상을 날아가야 한다. 서울에서 태국 방콕까지(3719㎞)보다 훨씬 먼 거리를 야구하려고 움직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도 최대한 스케줄에 편의를 주려 한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 말린스가 서부 원정을 떠나면 덴버의 콜로라도와 3연전, 샌프란시스코 3연전 등 되도록 '그쪽 동네'에서 움직이다가 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정을 짠다.
참 멀다. 시애틀의 경우, 가장 가까운 원정 상대가 오클랜드인데 이마저 1294㎞나 떨어져 있다.
게다가 시차까지 있다. 미국 내에서도 서부와 동부 지역에 최대 3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특히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할 때에는 시간을 까먹는 셈이 되기 때문에 더욱 분주하다. 3연전의 마지막 게임을 낮경기로 편성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이같은 거리와 시차의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전세기 이동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게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처럼 어려움이 뒤따른다. 메이저리거에게 기량 못지않게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건 이동거리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씩 공항 사정 때문에 전세기가 늦게 뜨거나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경기 당일 아침 6시에 원정지에 도착해서 한숨도 못자고 낮경기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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