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사회적 발언자로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쇠고기 파동과 광우병에 대한 발언은 가수와 탤런트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5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중 하나는 '개념 연예인'('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뜻). 김민선, 김희철, 김상혁, 김혜수, 하리수, 세븐, 송백경, 이동욱 등의 이름이 '개념 연예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오락 프로그램까지 '광우병'이 주제다. 일부는 열광하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선동"이란 우려도 적잖다.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욕설 랩'까지

지난 4월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화제를 모은 가수 김디지(본명 김원종)는 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욕설 랩'을 올렸다. '아 ×× 국민 몇 좀 뒤지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독도 가서 너나 처먹어 미친 소'라며 정부와 대통령에게 육두문자를 날린 것. 같은 날 MBC 예능 프로그램 '명랑 히어로'에서는 아예 '광우병 위협'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하늘은 "대통령이 잠이 덜 깨서…"라고 말했고, 김구라는 "우리나라 국교를 (소를 먹지 않는) 힌두교로 바꾸자"는 농담을 던졌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다'고 글을 올렸다가 파장이 커지자 삭제한 배우 김민선이나 자신의 팬카페에 '국민을 병신으로 알지'라고 독설을 날린 배우 이동욱의 경우도 있다.

◆개인의 소신 vs. 사회적 책임

연예인들의 발언은 대부분 자신의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글로 시작, 각종 포털이 이를 퍼나르면서 '공론'이 되는 경로를 걷고 있다. 개인 홈피에 쓰는 글이므로, 논리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연예인의 미니홈피는 공적인 측면이 있지만 신문과 같은 수준의 공신력을 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황용석 건국대 교수)라는 입장이 있고, "자기 나름 의견이나 견해도 중요하겠지만 너무 자극적인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우려도 있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정치적 사안을 다룬 데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 MBC '명랑 히어로'의 김유곤 PD는 "연예인 신변잡기에서 벗어나 세상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했지만 KBS 박해선 예능팀장은 "시사를 다루겠다고 본격적으로 선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오락 프로그램에서 시사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건 좀 위험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시사 프로그램처럼 논리적 맥락을 점검한 뒤에 제작되는 게 아니라 개별 연예인의 사적인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라진 연예인들

이번 광우병 발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했지만 사실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연예인의 발언은 그리 새롭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정치색이 노출되는 순간 연예인 생명이 끝난다고 여기던 선배 세대와 달리 이들은 때로는 '진심'으로, 때로는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정치·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간통죄 처벌 금지나 대마초 허용 등을 주장해온 가수 신해철, 진보신당을 공개 지지하고 있는 배우 문소리, 이라크 파병 반대 1인 시위를 했던 방송인 김미화도 이에 속한다. 연예인 파워가 커지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물론 할리우드에서는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며 '반(反)부시' 노선을 공개적으로 표방한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처럼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스타들은 많다.

◆'개념 연예인' vs. '무책임한 연예인'

그러나 이들 발언의 '반향'이 커지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 교수(언론정보학부)는 "스타들의 의견이라면 맹종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스타들 얘기는 사회적 파장이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증거나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얘기가 아닐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하대 김동식 교수(국문과)는 "정치와 과학의 권위도 이(광우병)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데, 연예인들에게 증거와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