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하 1층 중앙에는 강당 규모의 공간이 있다. 평소에는 국회 직원들이 탁구, 배드민턴, 달리기를 하는 등 체육 활동 공간으로 쓰이고, 시무식·종무식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창문 하나 없는 이 공간을 국회 직원들은 '방호실'이라고 부르지만, 강당 입구에는 '대피실'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 있다. 을지훈련 등 비상훈련 때 국회 직원들이 이곳으로 대피를 하기도 한다.
일부 국회 직원들은 "전시(戰時)에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의 공식 답변은 "다용도 공간에 불과하다"고 했다. 1975년 국회의사당을 건립할 당시 본청에 국회 직원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했다.
전시 등 비상시가 되면 국회는 국회의사당 지하가 아닌 수도권의 모처에 마련돼 있는 '전시 의사당'으로 옮겨 의정활동을 계속하도록 돼 있다. 장소는 기밀(機密)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하 공간이 훈련공간으로 쓰이면서 방호실로 불려, 전시 본회의장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공간 말고도 국회 지하에는 여러 시설들이 있다. 우선 국회의사당과 의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의원회관은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국회 직원 등 출입증을 달지 않으면 이 공간에 출입할 수 없다. 흔히 이 통로를 '지하 벙커'라고 부른다. 지하 통로 벽에는 예술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일부에선 "이 통로는 전시에 폭격을 받더라도 안전한 지하 벙커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한 국회측 답변은 "우천이나 기상악화에 대비해 만든 통로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시설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국회의사당 지하에는 불교·기독교·천주교 등 종교 동호회 공간과 세탁소 등 편의시설이 있다. 기독교 공간에는 피아노와 예배당이 꾸며져 있고, 천주교 공간에서도 간단한 종교의식을 할 수 있다. 사람이 없을 때는 불이 꺼져 있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든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가 육중한 돌로 만들어졌고,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보여 국회 지하에 대한 이런저런 괴담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