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18년째 1번 톱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우리 히어로즈 전준호는 “1번 타자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다. 주연은 중심타자들이다”고 말했다. 중심타선은 3~5번 클린업 트리오를 상징한다. 중심타선의 중심을 지키는 주인공이 바로 공포의 4번 타자들이다. 현대야구는 3번 타자로 그 무게중심이 기울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4번 타자는 무게감 갖춘 거포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만큼 부담감이 심한 자리이기도 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8개 구단 4번 타자들을 살펴본다.

① SK 박재홍
- 타율 0.353·13홈런·46타점 출루율(0.447)·장타율(0.606)·OPS(1.053)

SK 4번 타자는 이호준이었다. 하지만 FA 대박을 터뜨리고 맞이한 올해 무릎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아웃됐다. 주인이 사라진 SK 4번 타순은 유동적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4번 타순에 들어선 이가 박재홍이었다. 박재홍은 60경기 중 29경기를 4번 타자로 출장했다. 1번 타자와 4번 타자를 넘나들며 SK 타선을 이끌고 있다. 타격·장타율·OPS 2위, 출루율 1위를 달릴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홈런도 13개를 마크, 9년만의 20홈런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득점권에서도 3할8푼1리로 맹타를 휘둘렀으며 결승타도 9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어느덧 우리나이 36살 베테랑이 됐지만 전혀 베테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활약이다.

② 두산 김동주
- 타율 0.303·13홈런·61타점 출루율(0.423)·장타율(0.528)·OPS(0.951)

국가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 김동주는 올 시즌에도 무게감이 무엇인지 몸소 입증하고 있다. 67경기 모두 4번 타자로 선발출장한 김동주는 타율보다 1할2푼이나 높은 출루율을 자랑하고 있다. 볼넷 41개가 그 이유다. 그만큼 상대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고 있으며 볼을 잘 골라낸다. 득점권에서 얻은 사사구가 28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득점권에서 김동주는 상대 투수에게 북극곰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득점권에서 김동주는 80타수 27안타로 타율 3할3푼8리로 기록했다. 타점 부문에서 당당히 2위에 올라있다. 결승타도 9개나 된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언제나 리그 최고 타자를 논할 때마다 김동주를 그 기준점으로 삼는다.

③ 롯데 이대호
- 타율 0.314·11홈런·56타점 출루율(0.420)·장타율(0.490)·OPS(0.911)

71경기 전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4리·11홈런·56타점. 과연 비판받아야 할 성적일까. 이 성적표의 주인공이 이대호라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대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로 명명됐던 롯데 타선은 5월말을 기점으로 졸지에 ‘이대호와 여덟 거인’이 되고 말았다. 6월 22경기에서 이대호는 타율 2할5푼·2홈런·12타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는 우리팀의 4번 타자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기용할 것이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 역시 이대호이기 때문이다. 롯데팬들은 그의 뱃살이 아니라 타순에서 그 무게감이 느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④ 한화 김태균
- 타율 0.332·19홈런·64타점 출루율(0.419)·장타율(0.651)·OPS(0.1070)

김태균은 언제나 현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였다. 꾸준히 리그 평균 이상으로 활약했지만 워낙 기대치가 높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만큼 김태균은 갖고 있는 능력이 좋은 선수다. 잦은 부상으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김태균은 자신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11경기에나 결장했지만 홈런과 타점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과 OPS에서도 모두 1위에 랭크돼 있으며 결승타도 10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득점권 타율도 무려 3할9푼7리로 전체 2위에 올라있다. 뛰어난 몸개그와 무한한 별명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김태균이지만 그를 마주하는 투수들은 공포감에 떨고 있다.

⑤ 삼성 박석민
- 타율 0.279·9홈런·35타점 출루율(0.392)·장타율(0.445)·OPS(0.838)

삼성의 4번 타자는 좋든 싫든 심정수였다. 지난해 심정수는 홈런·타점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4번 타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 또 다시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심정수의 시즌-아웃이 박석민에게는 기회였다. 심정수의 이름이 선발라인업에서 사라진 이후 4번 타순은 박석민의 차지가 됐다. 지난 4월24일 대구 두산전부터 55경기 연속 4번 타자로 선발출장하며 8개 구단 최연소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풀타임 주전 첫 해부터 박석민은 9홈런·35타점으로 만만치 않은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구고 출신 박석민은 삼성이 양준혁 이후 간만에 자체적으로 키워낸 ‘순혈’ 4번 타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⑥ KIA 이재주
- 타율 0.294·8홈런·36타점 출루율(0.417)·장타율(0.503)·OPS(0.920)

겨우내 원인 모를 두통으로 훈련이 부족했던 최희섭은 우려대로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최희섭의 부진과 전열이탈로 조범현 감독은 원인이 뚜렷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때 등장한 구세주가 바로 이재주였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 FA 자격을 얻었으나 준척급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불합리한 FA 제도에 발목이 잡힌 이재주는 1년간 연봉 8000만 원이라는 굴욕적인 계약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희섭의 이탈로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2경기에 4번 타자로 출장하며 KIA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 가장 높은 장타율을 마크했다. 그러나 폭풍 같은 활약 이후 폭풍 같은 침체로 현재는 2군에 내려갔다.

⑦ 우리 브룸바
- 타율 0.290·12홈런·50타점 출루율(0.386)·장타율(0.472)·OPS(0.858)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외국인 타자 클리프 브룸바에 불만이 많다. 올 시즌 브룸바보다 OPS가 낮은 4번 타자는 삼성 박석민이 유일하다. 브룸바가 외국인선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비율 기록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히어로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도 브룸바다. 물론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 시즌은 하향세임에 틀림없다. 아킬레스건 부상이 브룸바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에도 브룸바는 시즌 초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주춤하다 날이 풀린 6월을 기점으로 대폭발했다. 지난해에는 6월에만 10홈런을 몰아쳤지만 올해 6월에는 3홈런에 그쳤다. 물론 브룸바의 홈런이 깎이기 전 연봉이 먼저 깎였다.

⑧ LG 페타지니
- 타율 0.353·1홈런·17타점 출루율(0.461)·장타율(0.491)·OPS(0.952)

지난 5월17일 한국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충분히 성공적으로 적응해가고 있다. 34경기 모두 4번 타자로 출장한 페타지니는 116타수 41안타, 타율 3할5푼3리를 마크하고 있다. 삼진 13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23개나 얻어내며 출루율이 무려 4할6푼1리에 달한다. 페타지니 앞뒤로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하고 있는 안치용과 최동수는 “페타지니 효과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4번 타자로서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치명적인 부분이다. 홈런이 1개뿐이며 장타율도 0.491로 4번 타자치고는 높지 않다. 페타지니는 일본프로야구에서 6시즌 평균 37.2홈런·장타율 0.633을 기록했다. 정확성은 몰라도 파워는 전성기가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의 무릎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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