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가젯(engadget.com)은 전세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열광하는 미국 사이트다. 얼리어답터란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써보고 평가 내린 후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 정보를 알려주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 휴대전화와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 최신 정보통신(IT)제품 정보가 카테고리별로 등재되는 이곳에 최근 한 이용자가 한국 기업 아이리버의 전자사전 이용 후기를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아이리버 전자사전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IT 강국' 한국 사전의 현주소
MP3·메모·번역… 다양한 기능에 화려한 디자인 치중
생산자도 소비자도 내용보다 외형에만 신경써
한국인은 IT에 강하다. 디지털 컨버전스(convergence·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가 일반화된 요즘 세상에서 휴대전화나 컴퓨터, MP3플레이어 간 경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이런 때 'IT 강국' 한국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또한 오늘날은 그야말로 '디자인 본위 시대'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본뜬 MP3플레이어를 목걸이처럼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게 '최신 유행'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전자기기를 액세서리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오늘날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사의 전자기기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능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마케팅 전략은 종종 효과를 거둔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바로 내가 그 생생한 예다. 몇 달 전 나는 한국산 소형 전자사전을 하나 구입했다. 4GB 용량에 MP3플레이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었는데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메모 기능.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용을 사전에 메모해두고 필요할 때 그 내용을 고스란히 PC로 옮겨올 수 있었다. 나처럼 글 쓰는 사람에게 이 이상 근사한 기능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 제품의 당초 용도는 어디까지나 ‘사전’이다. 사전으로 제작, 포장됐으므로 당연히 기능적 면에서도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내가 산 전자사전은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번역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구입한 건 분명 사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 이후 한번도 그것을 본래의 기능대로 이용하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사전만으로도 필요한 단어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나는 문제가 뭔지 계속해서 생각했고 마침내 원인을 찾았다. 한국의 사전은 (책에서 전자기기 형태로) 외형이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내용물은 예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장담컨대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사전은 두꺼운 책 형태를 띠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반도체의 진화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전자기기에 열광하는 요즘 소비자,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단어를 즉시 번역해주는 따분한 상자’ 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제품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지, 디자인은 얼마나 멋진지 등에만 눈길을 준다. 그 결과, 기업들도 앞다퉈 제품의 부가 기능을 추가하고 소비자를 열광시킬 만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사전은 사실상 궁지에 몰렸다. 6·25 전쟁이 끝나고 산업화가 막 시작된 195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한국인은 서양인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상황이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창기 한국인과 서양인의 커뮤니케이션 형태는 몇 개의 대표적 언어를 이용해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전부였다. 자연히 복잡한 사전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요즘 한국 기업은 영어를 매개로 해외 판로를 직접 개척한다. 더욱이 수출주도형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영어 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한국인의 수요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사전은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맛있다'는 무조건 'delicious'?
원어민은 잘 안 쓰는 과장된 표현 남발하는 한국인
단어간 의미 차이 정확하게 구별 안한 사전이 문제!
한영사전에서 '맛있다'는 형용사를 찾으면 대개 'delicious' 'flavorsome' 'tasty' 같은 단어가 검색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흔히 말하는 '맛있다'는 'tasty'로 번역돼야 한다. 'delicious'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의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모든 음식에 'delicious'란 형용사를 갖다 붙이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 광경은 외국인의 눈에 시쳇말로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영어 표현에선 여간해서 'delicious'를 사용하지 않는다.(누군가가 정성 들여 준비한 식사 모임에 초대 받았을 때 초대해준 이에 대한 따뜻한 감사 인사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또 모르겠다.) 음식 맛이 좋다면 'tasty'를 활용하거나 'It tastes good'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당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제껏 단 한번도 한국인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영어 표현에서 단어 간 의미 차이에 무신경하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문제는 사전에 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사전들은 각 단어의 의미 차이를 정확하게 차별화하지 못한다. 적절하지 않은 사전으로 공부하는 학습자는 엉뚱한 연장을 갖고 자동차를 고치려는 수리공과 다를 게 없다. 작업 도구 자체가 변변치 않은데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사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별 단어의 의미 파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용어의 세계에라도 진입할라치면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흘러간다. 전자사전,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사전의 관용어 데이터베이스는 하나같이 형편없고 양 자체도 충분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동사구(phrasal verbs)는 이상하게 번역되기 일쑤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영어 학습의 기초단계를 이제 막 통과한 한국어 학습자에게 관용어나 숙어가 얼마나 큰 문제로 다가오는지! 어떤 학교도, 어떤 학원도 이 부분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잘 만들어진 사전마저 없다면 영어를 배우려는 한국인은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할까?
한국 영어사전 오역의 예 ①
'속임수'가 'have`-`on'?…'trick'이나 'deception'이 맞는 표현
'때마침'은 'timely' 아닌 'at the right time'…사전엔 누락
설상가상으로 꽤 많은 사전들이 부정확한 표현과 콩글리시를 버젓이 싣고 있다. 어떤 사전은 속임(수)을 'have-on'으로 번역해놓기도 했다. 'have-on'이란 단어가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그런 뜻인지 확신할 수 없다. 나는 'have-on'이 그런 용도로 쓰이는 걸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또 한국인이 왜 굳이 속임(수)을 표현하기 위해 'have-on'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추측컨대 이 표현은 'to have someone on(농담으로 ~를 속이다)'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속임(수)은 명사이므로 'have-on'은 적절하지 않다. 이 말은 'trick'이나 'deception'으로 번역돼야 한다.
한국에서 '때마침'으로 번역되는 'timely'는 또 어떤가. 'timely=때마침'이란 등식은 별 3개 만점에 2개는 기본일 만큼 거의 모든 사전들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평생에 걸쳐 이 단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한영사전에서 '때마침'을 찾아보자. 아마 10개 내외의 단어와 표현이 검색될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디에도 'at the right time'은 없다.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때마침'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바로 그 표현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어떤 사전엔 비슷한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는 'on time(정각에)'이나 'in time for(늦지 않도록)'에 대한 언급이 누락돼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온라인 사전은 '거꾸로'의 영어 표현을 'bottom up'이라고만 해놓았다. 그런 식의 번역이 요행히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의 정확한 영역은 'from the bottom up'이다. 'from'이나 'the'가 없인 완성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영어엔 온전히 '거꾸로'란 뜻을 지닌 단어도 있다. 이를테면 'backwards'나 'back to front' 'upside down' 'the wrong way round'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사전 어디에도 이런 언급은 없다.
한국 영어사전 오역의 예 ②
"What a time you have been!"은 고전에나 나오는 표현
인종차별 오해 부를 'ape=흑인' 등 사용해선 안될 말도 버젓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 사전 서비스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관용어 검색 서비스는 상당한 손질이 필요하다. 일례로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What a time you have been(웬 시간이 그리 오래 걸렸느냐)!"과 같은 표현은 방금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 길어올린 듯한 인상을 준다.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You've been a long time"이란 쉽고 간편한 문장을 두고 인터넷을 떠도는 어색한 표현만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걸까?
사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역의 예는 이밖에도 무궁무진하다. 대부분의 영한사전은 'ape'의 의미 중 하나로 '흑인'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negro'와 함께 흑인을 낮춰 부를 때 사용되는 미국식 속어일 뿐이다. 단순한 속어이기만 하면 그래도 다행인데 인종 차별주의자에 의해 사용되면 자칫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negro'란 단어는 미국에 노예제도가 살아 있던 시절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대신 사용됐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ape'와 호환되진 않았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굳이 'ape' 같은 단어의 존재를 자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반면 이들 사전 대부분은 정작 'ape'가 들어가는 대표적 관용어 'to ape someone's behavior(누군가를 흉내 낸다)'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꼭 알아야 할 표현은 가르쳐주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모르는 편이 더 나은 표현은 강조하는 게 한국의 영어사전인 것이다.
'가리온'이란 단어가 있다. '몸은 희고 갈기가 검은 말'을 뜻하는 한국어다. 한 사전은 '가리온'에 대해 'a white horse with blacmane'이란 설명을 달아놓았다. 그 사전이 새로운 단어를 발견한 게 아니라면 'blacmane'은 'black mane(검은 갈기)'의 오기일 것이다. 아무리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라 해도 이는 명백한 실수이고, 다른 책도 아닌 사전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다. '사전에 나온 말이 틀릴 리는 없겠지'란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외국인과 의사소통할 때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게 바로 사전이기 때문이다.
영어사전 편찬자에게 던지는 충고
한국어↔영어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어야 좋은 사전
'역사 짧다' 핑계 대지 말고 작품 만들 듯 완성도 높여야
구구절절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인이 영어사전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대체로 높지 않다. 아무리 많은 단어를 담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정작 그들이 영어로 바꿔 말하고 싶은 한국어 표현을 콕 집어서 번역해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인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런 사전들은 영어를 한국어로 바꿔주는 데도 그리 신통치 못하다.
유럽 언어(이를테면 프랑스어나 독일어, 스페인어 등)와 영어는 한국어-영어보다 번역의 역사가 훨씬 오래됐다. 유럽에서 발간되는 영어사전의 질이 한국의 영어사전보다 우수하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핑계 안에 안주해선 안 된다. 한국엔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본 자산이 여전히 부족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인은 외국어 사전 편찬에 좀 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전이야말로 한 나라와 다른 나라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다리가 좀 더 튼튼하고 안전하길 바란다면 사전 편찬자들은 '더 이상 좋은 작품을 만들 순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은 여전히 책임지고 사전을 정확하게, 완성도 있게 만드는 일에 소홀하다.
전자사전에서 발견한 또 다른 오역의 예
"Shall we ever meet again?" 우리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까?
이 문장은 "Will we ever meet again?"으로 바꿔 쓰는 게 더 자연스럽다. 'shall'은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 영어에선 과거 'shall'이 사용됐던 자리를 'will'이 대신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to visit a friend 친구를 방문하다
'to see a friend'나 'to go out with a friend'가 원래 의미에 더 가까운 표현이다. 한국인은 동사 'visit'를 너무 자주 쓰는 경향이 있다. 영어권에서 친구를 'visit'한다고 말할 땐 십중팔구 입원한 친구를 병문안하는 경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을 때 'visit'를 쓰는 것도 어색하다. 그럴 땐 "I went to the museum"과 같이 동사구 'go to'를 사용하면 된다.
somewhat 다소
일상어라고 하기엔 다소 고답적인 단어다. 같은 뜻을 나타내는 다른 단어, 이를테면 'quite'나 'a little bit'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한국 사전이 'somewhat'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the dative case 여격(與格)
영어엔 명사 격(格)이 없다. 'dative case'란 말은 라틴어나 독일어, 러시아어처럼 격이 있는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사전들은 'dative case'의 예로 "He gave the book to her(그가 그녀에게 책을 건넸다)"와 같은 문장을 들면서 대명사 'her'가 여격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her'는 'she'의 목적격으로 사용된 대명사일 뿐 여격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설명은 자칫 한국인에게 '영어에도 명사 격이 있구나'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국인은 잘 모르지만 자주 사용되는 관용어 표현
형용사형
쭗쭗 left field(leftfield) 비범한, 남다른
- He is a leftfield thinker. 그는 생각이 남다른 데가 있다.
쭗쭗 off hand(offhand) 경솔한, 부주의한
- You made an offhand comment to her and now she's upset.
네가 경솔하게 말하는 바람에 그녀가 화났다.
쭗쭗 backbreaking 몹시 힘든, 고된
- Helping him move house was a backbreaking task.
그를 도와 이사하는 건 몹시 힘든 일이었다.
명사형
쭗쭗 maneater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남자를 유혹, 금품 등을 빼앗는 여자.
일명 '꽃뱀'
- Watch out, she might be beautiful but she's a maneater.
그녀는 아름답지만 '꽃뱀'이니 조심해.
쭗쭗 going concern 주력 사업 부문
- Mobile phones are a going concern for LG.
휴대전화는 LG그룹의 주력 사업 부문이다.
쭗쭗 write`-`off 실패작
- My presentation was a total write-off yesterday.
어제 내 발표는 완전 실패작이었다.
동사형
쭗쭗 cut down on 줄이다, 절감하다
- I need to cut down on smoking. 담배를 줄일 필요가 있다.
쭗쭗 take on 고용하다
- The company I work for has taken on two new members of staff. 우리 회사는 직원 2명을 새로 고용했다.
쭗쭗 come across 우연히 발견하다
- I came across an interesting article in the newspaper.
우연히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 세계 최초의 대중 영어사전은 |
1755년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이 9년 걸쳐 혼자 작업
역사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사전이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4000년 전에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정한다. 그 근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시리아) 지역의 한 암석 위에 새겨진 기록이다. 이 기록은 수메르어와 아카드어 등 2개 언어로 구성돼 있으며, 수메르어를 아카드어로 번역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부터 약 2000년 후인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 유럽에서도 최초의 사전이 등장했다. 'De Significatu Verborum('단어의 의미에 관하여'란 뜻)'으로 불린 이 책은 로마인을 위한 로마어 사전으로, 인용이나 예시를 사용해 어려운 말을 쉽게 풀이하는 기법이 처음 도입됐다.
1755년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1709~1784)이 편찬한 영어사전 '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는 최초의 영어사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널리 보급된 최초의 사전으로 기록돼 있다. 놀랍게도 존슨은 장장 9년에 걸쳐 이 사전을 혼자 힘으로 펴냈다. 최초의 전자사전은 1970년대 말 일본에서 탄생했지만 1990년대 들어서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됐다.
팀 알퍼(Tim Alper)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