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 초 미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혈우병 환자와 동성애자들에게서 발견됐다. 이들에게서 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형태의 폐렴이 나타났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환자들은 사망했다. 의사들은 치료법을 몰라 전전긍긍했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로 인한 '에이즈(AIDS)'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후 전세계는 에이즈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올해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박사와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이 'HIV 바이러스'를 1983년 세계 최초로 혈액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미생물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면 두 사람이 가장 우선 거론될 정도로 노벨의학상을 예약해 놓은 석학들이었다.

이들의 바이러스 발견으로 에이즈 치료는 가닥이 잡혀갔다. 서울아산병원 조영걸(미생물학) 교수는 "요즘은 여러 약물을 동시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에이즈를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전세계를 휩쓴 전염병 발생 초기에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이즈 예방 백신은 바이러스의 변이가 심해 아직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에 이어 여성 암 중 두 번째로 발생 빈도가 많은 암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5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HPV는 100여 가지 타입이 있는데, 그는 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16번과 18번을 발견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는 "그의 연구로 자궁경부암 발생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