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역과 회현역을 잇는 회현 고가차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양쪽 창밖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감을 보아 왔다. 지상 6층·19층 건물이 어우러진 곳으로 변한 신세계 백화점 일대, 알파벳 'M'자를 닮은 지상 21층 '포스트타워'로 거듭난 서울중앙우체국 건물에다, 그 맞은편에 한창 공사 중인 고층 주상복합빌딩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산 3호 터널로 향하는 반포로변 양쪽 회현동 일대는 내년부터 속속 들어설 주상복합건물로 몰라보게 바뀔 전망이다.

여관촌에서 고급 주거지로

'어진(賢) 선비들이 많이 모여(會) 산 곳'이라는 데서 동네 이름이 유래했다는 회현동. 선비의 동네는 근대 이후 향락의 동네로 바뀌어 갔고, 특히 반포로 양쪽변 일대는 은밀한 성매매 장소로 이름이 났다. 좁은 골목에 숙박업소가 다닥다닥 붙은 이곳에는 성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여관이 늘었고, 이와 관련된 여성을 뜻하는 속어 '여관발이'는 회현동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이런 회현동의 변화가 눈에 띄게 속도를 낸 것은 작년부터다.

남산에서 바라본 회현동 일대.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5지구 너머로 막으로 둘러싸인 4-1지구 건물이 보인다. 여관 등 낡은 건물이 밀집했던 이 지역은 고층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회현동 일대가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시기는 1979년 11월이지만, 1999년이 돼서야 첫 지구(1지구)에 연면적 9만7221㎡, 지상 24층 우리은행 본점이 들어서게 된 것. 이후 좀처럼 진척이 없던 사업은 작년 들어 2-3, 4-1, 5지구 등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본격화됐다.

중구는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여관 등 숙박업소들이 어려움을 겪어 상대적으로 개발 사업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곳곳에 밀집했던 여관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대형 평형이 많은 고급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 현재 반포로 양쪽에선 이들 건물 공사를 위해 설치된 간이담장을 볼 수 있다. 퇴계로와 접한 2-1지구에서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철거를 앞둔 일부 건물에는 복사기나 테이블 등 각종 집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금호 아시아나 사옥이 있던 2-2지구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LG CNS 사옥 '프라임 타워'로 거듭났다.

2-3지구에 들어설 지상 33층 규모 '남산 플래티넘'은 2010년 5월 완공돼 236가구가 입주한다. 이곳에서 반포로 건너편에 있는 5지구에는 2011년 4월 '남산롯데캐슬'이 들어선다. 지상 32층 건물로 386가구가 입주한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퇴계로 건너편에 들어설 4-1지구 'SK 리더스뷰'도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절반 정도 진행됐고, 내년 11월 완공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역 주변에 위치한 데다 명동의 백화점이나 남대문시장 등 쇼핑 명소, 남산과 가까워 고급 주거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남대문시장, 고층건물에 둘러싸여

1977년 6월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남대문구역 16개 지구는 남대문시장을 둘러싼 것 같은 모양새다. 회현구역과 달리 20여년 전 완료된 지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시장 동편 7-1지구에 삼부빌딩(15층·연면적 1만5260㎡)이 1984년 들어섰고 8지구 삼익패션타운(10층·연면적 1만9620㎡)이 86년 생겼다. 시장 서편 1지구 대한화재빌딩(22층·연면적 4만5477㎡)과 2지구 남정빌딩(11층·연면적 1만4164㎡)은 각각 1980년과 1987년 들어섰다. 2000년대 들어 신세계 백화점 일대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2000년 7월, 9-1지구에 지상 23층, 연면적 4만6789㎡ 규모 건물 '메사'가 선보였고, 이후 17지구에 신세계 본사 19층 건물과 10-2지구에 신세계 백화점 6층 건물이 나란히 문을 열었다.

시장 북편 13~15지구 등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8개 지구의 변화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중구는 "가끔 문의 전화가 오긴 하지만, 조만간 이들 지구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