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시50분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육군 모 사단의 비무장지대(DMZ) 내 GP(최전방소초) 내무반에서 수류탄 1발이 폭발해 이모(21) 이병 등 5명의 병사가 중경상을 입고 민간병원과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폭발된 수류탄은 무게 260g의 KG14 경량화 세열 수류탄으로 1000여개의 아주 작은 쇠구슬이 들어 있어 폭발 시 이 쇠구슬들이 10~15m 떨어진 곳의 1㎜ 두께의 철판을 뚫을 수 있다. 폭발 당시 GP 내무반에는 병사 22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수류탄 폭발로 인해 머리와 목뼈 등에 중상을 입은 이모 이병은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의 Y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허모(21) 병장 등 4명은 우측 가슴과 이마, 손가락, 좌측머리, 우측 허벅지 등에 열상(裂傷)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육군은 내무반 반입이 금지돼 있는 수류탄이 폭발한 점을 중시, 누군가 고의로 내무반에 수류탄을 갖고 들어와 터뜨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육군은 중상을 입은 이 이병의 수류탄 탄통에서 수류탄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으나 누가 이 수류탄을 사용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모 이병 등은 22일 오후 6시30분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해 내무반 출입구 왼쪽 침상에 나란히 누워 잠자고 있었으며, 23일 오전 해가 뜰 무렵 교대근무에 나설 예정이었다.

GP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경계근무에 나설 때 실탄 75발과 수류탄 1발씩을 지급받으며 근무를 마치면 GP장(소대장) 입회하에 실탄과 수류탄을 내무반에서 떨어진 상황실의 간이 탄약고에 반납한다.

이 때문에 수류탄 반납과정이나 탄약고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부대의 GP장은 "이 이병 등이 근무를 마치고 복귀할 당시 실탄과 수류탄 반납 상황을 점검했었으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현재까지 대공(對共)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육군은 선종출(대령·육사40기) 5군단 헌병대장을 단장으로 27명의 조사단을 편성해 사고 GP에 투입,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육군본부도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 GP 탄약고와 병력 관리 등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