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핸드백은 손에 드는 어떤 것 이상의 의미다. 아예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에르메스 켈리 백을 소유하면서 자신을 그레이스 켈리와 동일시하고, 재키 백을 들면서 재클린 오나시스가 된 듯한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신분의 상징이자 사치를 증명하는 일종의 '영수증'이기도 하다. 욕망과 애증의 복합체인 핸드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화동에 위치한 세계장신구박물관에서 4일부터 열고 있는 핸드백 특별전 'Handbag, My Love'에서다. 전시를 기획한 이강원 세계장신구박물관장은 "여성의 비밀을 담고 있는 핸드백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리고 싶었다"며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모은 핸드백 80여 점을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1880년대 비로소 오늘날 핸드백의 모습을 갖추게 된 가방은 여성의 사회 생활의 도구이자 친구였다"며 "디자인 역시 당시의 유행을 최대한 반영해 20세기 초 아르누보에서 초현실주의를 거쳐 20세기 중반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예술 사조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은 17세기부터 사용된 새털레인(chatelaine). 불어로 '대저택의 부인'이라는 뜻의 새털레인은 벨트 등에 고정돼 있는 긴 체인을 말한다. 지갑, 성경, 부채, 향료 등에서부터 공책, 우산에까지 매달 수 있는 액세서리다. 일종의 '핸드백의 할머니' 격인 셈이다. 전후 40~50년대 유행한 플라스틱 핸드백은 쇠나 가죽 등 물자가 부족해 플라스틱으로 제조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보인다. 2009년 5월 30일까지. (02)730-1610.

허리에 차고 다니는 노출형 핸드백인 새털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