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집 한채 값이 1000달러. 그것도 수십, 수백채가 쏟아지고 있다.

공짜나 다름없는 차압주택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CNN머니닷컴이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CNN머니닷컴은 8일(미동부시간) “주택차압으로 인해 1000달러도 안하는 주택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매물사이트인 리얼터닷컴(Realtor.com) 따르면 미시건주 플린트에는 3000달러이하 주택이 18채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22채, 클리블랜드에서는 46채, 디트로이트에서는 무려 709채가 매물로 나왔으며 모두 차압주택이라고 소개했다.

부동산웹사이트인 트룰리아닷컴의 헤더 페르난데스 대변인은 “주택차압사태가 은행들을 부동산매니지먼트 회사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집값 추락의 배경을 알렸다.

디트로이트에는 500달러짜리 집도 있다. 그렇다고 상태가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센추리21빌라의 랜디 에이사가 소유한 이 집은 1000스퀘어피트(약28평)에 침실이 3개, 욕실 1개를 갖추고 외관상 훌륭해 보인다. 집을 구입하면 내부 수리가 조금 필요하지만 총 비용이 1만5000달러에서 2만 달러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집은 2007년에 7만2000달러에 거래된 것이므로 수리를 해도 당장 5만달러 이상의 차익은 거둘 수 있다. 이같은 주택가격은 렌더인 은행들이 차라리 버리는게 이익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차압주택을 계속 갖고 있으면 최소한의 관리비가 들어가기때문에 공짜로라도 처분하는게 낫다는 것이다.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은행들은 리스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눈이 튀어나올만한 네자리수의 가격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에선 침실 4개, 화장실 1.5개인 주택이 1900달러에 나와 있다. 이 집역시 내부는 수리가 불가피하지만 외관은 멀쩡하다.

앨러배마주 버밍햄의 침실1개, 욕실 1개짜리 집은 다소 비싼(?) 1900달러다. 1923년에 지어진 부동산브로커인 톰 머피 중개인에 따르면 화재 피해를 당한 적이 있고 방도 구별하기 힘들만큼 엉망이지만 매력은 딴곳에 있다. 대지가 0.38에이커(약380평)나 되기때문이다. 게다가 도심에서 가깝고 교통도 편하다. 인근 비슷한 규모의 주택들이 평균 10만달러선인 것을 고려하면 역시 공짜나 마찬가지다.

이런 집들은 내부수리비가 별로 들지 않고 수리시 정부로부터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의회가 통과시킨 40억달러 규모의 NSP(이웃안정화프로그램) 덕분이다.

물론 이런 집들을 사기 위해선 일단 믿음을 필요로 한다. 이웃환경이 썩 좋지는 않고 주변의 집들도 비어 있거나 부서진 경우가 많아 을씨년 스럽다. 그러나 워낙 싼 값에 관심갖는 고객들에 의해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사실이다.

클리블랜드의 부동산 에이전트인 토냐 스타우더마이어 씨는 “지금은 슬픈 시기다. 하지만 수입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