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개선하기 전까지는, 외국과의 어떠한 무역 법안도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미 하원 바니 프랭크(Frank·사진) 금융위원장(매사추세츠주)은 22일 레이번 빌딩(하원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FTA의 의회 비준동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무역은 미국인들에게 좋지만, 그 혜택은 매우 불공평하고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며 "이런 것들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무역 관련 법안도 없다"고 강조했다.
15선(選)의 프랭크 의원은 외국과의 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낸시 펠로시(Pelosi) 하원의장의 최측근이자 하원 내 영향력이 가장 큰 핵심 4인방 중 한 명이다. 8250억달러에 달하는 미 경기부양책, 미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 등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무역으로 일자리를 잃고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지만, 일자리 상실의 결과는 너무나 크다"며 "그 어떠한 것도 이(실업 여파)보다 중요할 수는 없으며, 사회안전망 구축은 오바마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지나친(excessive) 보수주의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매우 큰 실수를 했다"며, "이걸 고치지 않는 한 어떠한 무역 법안도 없다"고 했다. 프랭크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콜롬비아, 파나마, 한국 등 3건의 FTA에 대해 당분간 의회가 비준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는 "어떠한 무역 관련 법안도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미 의회 민주당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했다.
한편,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은 "미국 내 인종차별의 쇠퇴를 촉진시켰으며, '정부가 필요 없다'는 보수주의 철학,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를 기치로 내걸었던 레이거노믹스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캘빈 쿨리지 대통령(공화·제30대) 이래 가장 보수적인 정부가 레이건 행정부와 최근 물러난 부시 행정부이며, 이 두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다가 결국 지금의 파탄 난 미국 경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프랭크 위원장은 향후 오바마 행정부의 과제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건강보험 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야 하며, 금융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250억달러에 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2월 중순쯤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체적으로 경기부양책 통과 이후 두 달 안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올 연말부터 미국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구제금융 조치가 취해지고, 경쟁력 회복을 위해 자동차 회사 간의 합병이 추진될 것으로 봤다. 그는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GM과 포드는 합병하거나 한 군데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에 대해서는 "유럽과 일본, 중국도 자동차 산업에 대해 약간의 지원을 해주려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 경제의 수도가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옮겨왔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우리의 목적은 뉴욕이 다시 세계 경제의 수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규제라는 게 없었다"면서 "앞으로 금융 기관들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일시적이지만 규제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프랭크 위원장은 또 "오바마 행정부는 각국과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랭크 위원장은 "우리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면서 "규제를 한 나라에만 국한할 수 없는 게 국제경제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