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연쇄 살인범 강호순(39)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언론은 1990년대까지는 살인 등 강력사건의 피의자 얼굴을 공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4년 무렵부터 '인권 수사'가 강조되면서, 피의자들이 언론에 노출될 때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주는 관행이 생겨났습니다. 경찰이 2005년 마련한 '직무규칙'에는 '경찰서 내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초상권 침해금지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이후 언론들은 자백 또는 확실한 증거로 범인임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도 중범죄자의 이름과 얼굴을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쇄 살인범 유영철사건(2004년)과 정남규 사건(2006년) 때도 국민들은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반(反)인륜범죄자들의 얼굴은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일부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 증거가 명백하고 범죄 방지의 공익이 크다면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피의자의 얼굴 공개 여부를 정면으로 거론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지만, 대법원은 각종 초상권 관련 판결에서 "진실한 사실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면 당사자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의 자율규범인 신문윤리실천요강도 그동안 피의자가 '현행범과 공인(公人)'인 경우에는 피의자 동의 없이도 사진보도를 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최근에는 이 조항을 개정해 형사피의자나 참고인의 사진 보도 여부를 '공익과 공공성을 최대한 고려해'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의 폭을 더 넓혔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중범죄자의 인권보다 범죄 예방과 '국민의 알 권리'를 더 중시하는 추세입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경기도 군포의 20대 여성 살인사건 현장검증에 챙이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나타난 모습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인 지난 29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이민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피의자 6명의 얼굴 사진을 톱기사로 보도〈오른쪽 사진〉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동 성범죄자나 총기 살인 미수범처럼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보도로 인한 공익이 더 크고 대중의 관심이 쏠려 있으면 과감하게 얼굴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서울 서래마을에서 자신의 영아 2명을 살해한 혐의로 프랑스인 부부가 체포되자, 프랑스 신문과 방송들은 즉시 그들의 얼굴 사진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작년 3월 도쿄 시내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사상케 한 20대 남자의 얼굴이 언론을 통해 일본 전역에 널리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