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보건과학대학에 속해있는 물리치료학과는 1500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할 만큼 국내 물리치료학 분야의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지난 2005년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학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으로 통폐합됨에 따라 신설된 학과다. 물리치료학과장 윤범철 교수는 "안암캠퍼스가 아닌 정릉캠퍼스(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해 학과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알면 알수록 비전이 있는 학과"라며 "고려대의 명성과 고려대 병설의 인프라가 합쳐진 물리치료분야의 요람"이라고 강조했다.

물리치료학과 재학생들은 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실습실 을 자랑으로 꼽았다.

■보건의료계의 떠오르는 유망분야

고려대 물리치료학과 재학생들은 물리치료사를 단순한 안마사 정도로 생각하는 선입견 때문에 속이 상할 때가 많다. 2학년 김은영(22)씨는 "물리치료란 전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행하는 엄연한 의료행위"라며 "안마사는 누구나 기술만 습득하면 할 수 있지만 물리치료사는 까다로운 자격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했다. 물리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개인이 단독 개업하는 것은 불법이며 전문병원 및 재활센터에서 활동할 수 있다.

실제로 고려대 물리치료학과는 건강에 관련된 전방위 분야를 배운다. 또 의학의 기초를 전공 필수로 다룬다. 1·2학년 때는 운동생리학, 임상운동학, 관절생리학, 해부학 등 의대생들과 비슷한 과목을 전공으로 공부한다. 3·4학년 때는 물리적인 요소를 활용한 전기치료, 수치료 방법 및 실습으로 학제가 짜여있다. 재학생들은 4학년 1학기 때까지 800시간의 현장 실습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환자를 직접 다루면서 현장의 감을 익히게 되는 현장실습은 고려대 안암, 구로, 안산 병원에서 진행된다. 물리치료학과 관계자는 "1000 병상 이상이 갖춰진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대학과 견줄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리치료학은 전문 의료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학에서 전공으로 다루는 우리와 달리 전문대학원 과정으로 운영하는 주(州)가 많을 만큼 전문화돼 있다. 현재 추진중인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 흡사하다. 윤 학과장은 "인간의 건강을 다루는 민감한 분야인 만큼 미국에서는 4년제를 졸업하고 3년간 대학원 과정을 이수해야 물리치료사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처럼 앞으로 한국에서도 물리치료를 석·박사 과정으로 전문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물리치료학과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해외 대학과의 활발한 교류다. 국내 약 50개의 물리치료학과 중 가장 활발하게 해외 유수 대학들과 학문 교류를 추진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가 내세우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대학의 선진 기술과 인적자원을 유치하고 있다"며 "해외로 나가 학계에서 자리잡은 고려대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초 국내 최초로 해외 임상실습을 떠난 것을 들 수 있다. 고려대로 통합된 후 들어온 첫 학번인 06학번 학생 9명이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오크우드 헬스케어 센터에서 실습하는 기회를 얻었다. 오크우드 센터는 미국에서도 최고의 시설로 인정받는 곳이다. 학생들은 물리치료학 박사과정 재학생들과 함께 3월까지 선진 물리치료 기술을 배우게 된다.

또한 유명 강사 초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핀란드 탐페레대 물리치료학과 제르모 교수를 특별 초빙해 약 2주간 생체역학, 연구방법론에 관한 특강을 열었다. 올해는 임상물리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스탠리 페리스 교수와 정형물리치료학 케이디스크 교수가 고려대를 찾을 예정이다. 미국 세인트 어거스틴 대학의 물리치료, 작업치료 전문 대학원과 상호 협력 및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직무와 봉사를 동시에

고려대 물리치료학과는 한 학년당 재학생이 40명 내외의 소수정예를 유지한다. 실습교육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뽑는 인원이 적어 매년 입학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

재수를 거쳐 들어왔다는 1학년 강기혁(20)씨는 "고연전 때 경기에 출전하는 학생선수들이나 인근 지역 노인분들에게 물리치료를 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물리치료사는 일을 하면서 봉사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고 했다. 현재 물리치료학과 재학생 중 일부는 일명 '학생 병원'을 차렸다. 성북구 지역을 돌며 노인들에게 무료진료 봉사를 펴고 있다.

담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물리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2학년 이준헌(22)씨는 "다른 학과와 달리 이론과 현실간 괴리가 없어서 좋다"며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실습시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구로병원에서 현장실습 중인 3학년 이해황씨의 목표는 뚜렷하다. 로스쿨에 진학해 의료 전문 분쟁을 다루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것. 이씨는 "한국에서 물리치료학은 아직 미개척 분야인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최고의 위치를 선점하고 싶다"며 "외국과 비교해 물리치료학과 수업 커리큘럼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재수 끝에 입학했다는 2학년 김은영(22)씨는 "앞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좀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며 "물리치료학에 대한 세간의 잘못된 선입견을 깰 수 있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