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요정’ 김연아(19)가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송되는 순간 그 뒤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또 다른 한국 피겨 선수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김연아를 빼놓으면 한국여자 피겨 ‘국내 1인자’ 김나영(19·인하대 입학 예정)이었다.
문화일보는 21일 김나영과 인터뷰를 통해 ‘동갑내기 스타’ 김연아의 그늘에 가려진 김나영의 피겨를 향한 꿈과 열정을 소개했다.
김나연은 문화일보 기자가 인터뷰 약속을 위해 전화를 하자 “나도 인터뷰하나요”라며 흠칫 놀란 듯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나영은 ‘왜 그리 슬프게 울었느냐’고 묻자 “여러 가지로 속상했어요. 이번 밴쿠버 4대륙선수권대회가 프레올림픽으로 치러진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어요. 실수를 많이 했고, 기대했던 것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어요. 나름대로는 많은 준비를 하고, 이번만큼은 나도 팬들을 놀래(?)주자고 마음먹었는데, 그것이 스스로 부담이 됐는지 실수가 많았어요. 그리고 예전 생각도 나고…”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김연아를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했었다. 그러나 연이은 실수로 5일 쇼트프로그램에서 43.94점을 얻는 데 그쳤고, 7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76.34점을 기록해 총 120.28점, 1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실 김나영은 중학 시절 김연아와 국내 1, 2를 다퉜을 정도로 ‘라이벌’이었다고 한다.
김나영은 6세 때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안짱다리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를 들은 어머니 신금숙(44)씨의 손에 이끌려 피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더블 악셀(2바퀴 반 점프)을 뛰어 주위를 놀라게 했고, 얼음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힘이 또래와 달랐다고 한다.
신씨는 “중학교(연화중) 1학년 때부터 오른쪽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을 앓으면서 김연아와 기량차가 벌어졌다. 특히 오른 다리에 힘을 실어야 하는 점프 트리플 루프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무릎 상태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좋은 코치 선생님을 붙여주지 못한 것 때문에도 차이가 커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김나영은 김연아와의 차이에 대해 “점프는 어느 정도 자신 있고, 인정도 받는데 동작이 작은 편이라는 지적을 받아요. 그리고 안무에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그쪽에 더 신경을 써야겠죠. 표정이 굳어 있다는 지적도 많이 받아요. 이것도 연아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라며 나름대로 분석했다.
김나영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지난 2006년 12월, 어머니 신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앞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그의 차가 정지했는데도 뒤에서 달려오던 고속버스에 받혀 차 뒤쪽 절반이 날아갔을 정도의 대형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큰 외상 없이 ‘전치 3주’에 그친 게 기적이었다.
신씨는 “표정이나 동작 연기 등의 문제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분들에게 안무 지도를 받게 하고 싶다. 경우에 따라선 해외에도 나가 지도를 받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후원이 필요한데 아직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지금 훈련장을 찾고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는 것도 모두 사비로 충당하고 있어 조금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나영은 자신이 부상과 사고를 당한 사이 한참 앞서 나간 김연아와의 실력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정상의 꿈’을 접을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나영은 “큰 대회에서 더욱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19일부터 열리는 하얼빈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실수하지 않고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또 U대회를 발판으로 상위 24명에게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티켓을 부여하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2010 밴쿠버올림픽이 피겨 선수 생활의 마지막 국제무대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인하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는 그는 ‘4년 전액장학금’과 ‘해외유학 지원’을 받는다.
김나영은“올림픽에 나가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앞으로는 울지 않을 거예요. 꿈은 꾸는 사람의 몫이라면서요”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