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47-400급 점보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한번 착륙할 때 내는 착륙료는 2469달러. 동아시아 인근 경쟁공항 중 가장 저렴하다. 일본 나리타 공항(9561달러)은 물론, 홍콩 첵랍콕공항(3466달러), 싱가포르 창이공항(2892달러), 심지어 중국 상하이의 푸둥공항(2967달러)보다 싸다.
인천공항이 설정한 이 가격은 다른 어떤 경쟁 공항도 따라오지 못한다. 아웃소싱 비율(87%)을 높이고 시스템을 효율화한 덕분이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공기업들은 '신의 직장' 소리를 들으면서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받는다. 그런데 공기업 중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만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10일 발표된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공항 서비스평가(ASQ)에서 인천공항은 2008년 세계 최우수 공항(Best Airport Worldwide)으로 선정됐다. 고객 서비스와 시설·운영의 질·청결도, 세관검사의 신속성, 도심 접근성 등을 보는 이 평가는 '공항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처음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2005년 이후 4년 연속 이 평가에서 1위를 지켰다. 이 평가가 시작된 1993년 이후 4년 연속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된 것은 인천공항이 처음이다.
GE코리아 회장을 거쳐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곳곳에 '시장 원리'를 도입했다.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공항이 뛰며 기업 고객 유치에 나섰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중국 내 생산 물량을 중국 현지 항공편으로 전 세계에 실어 보내고 있었다. 이 사장은 삼성측에 이 물량을 인천까지 바닷길로 운송한 다음 인천공항에서 항공을 이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삼성은 이 방식으로 연간 1500만달러의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총여행객은 4% 줄었지만 환승객 442만명을 유치해 환승률(전체 여행객 중 환승여객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7년 12.3%에서 15.0%로 높였다. 중국이나 일본의 지방공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유럽을 가기도 하고,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아예 인천공항에 고객을 모이게 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올해 ACI의 공항평가에서 2위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3위는 홍콩의 첵랍콕공항이 차지했다. 이 사장은 "최우수 공항 기록이 내 재임 때 깨질까 노심초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인천공항을 강하게 단련시킨 것은 다른 나라 공항들과의 치열한 경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