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기자]한국야구를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만든 ‘위대한 지도자’김인식(62) 한화 이글스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사연은 이렇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60) 사무총장은 작년 11월 4일 김인식 한화 이글스 감독과 술 약속을 잡았다. 당초 이 술자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 감독 문제와는 관련이 없는, 그야말로 친선 자리였다.

술 자리 자체가 김 감독이 약속 일주일 전 모처럼 하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즌도 끝났고 하니 술 한 잔 사라”고 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무렵 WBC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 거부하는 바람에 대표 선임의 총책이었던 하 총장이 다급한 처지가 됐다. 궁리 끝에 하 총장이 그 자리에서 김 감독에게 간청을 하기로 작전을 짰다. 김성근 감독은 거부하고,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안된다고 하니 이젠 ‘죽기 살기로 (김인식 감독에게) 매달리자’(하 총장의 표현)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평소 김 감독과 절친한 사이인 프로골퍼 한희원의 아버지이자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인 한영관 씨와 윤동균(59) 기술위원장이 동석했다. 서울 모 술집에서 회동한 그 자리는 결국 김인식 감독에게 WBC 지휘봉을 맡아달라고 통사정하는 자리가 됐다.

좀체 결론이 나지 않았던 술 자리는 새벽 1시까지 이어졌고 얘기를 풀어가던 하 총장은 “한국야구를 어떻게 하느냐”며 몇 시간 계속 졸라댔다. 그래도 김 감독이 꿈쩍하지 않자 급기야 후배인 윤동균 기술위원장이 불쑥 김 감독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떻게 합니까. 형님, 어렵겠지만 이번 한 번만 맡아주십시요”라며 큰 절을 올리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그 지경이 되자 ‘의리파’ 김인식 감독도 더 이상 마다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김 감독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이 내건 조건은 ‘하와이 전지훈련, 코칭스태프 및 선수 구성 전권 위임’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그 후 “술 한 잔에 혹 붙였다”고 특유의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내가 뒤집어 써야지, 비난 안받겠다고 할 수 없다”는 말로 감독직 수락의 변을 에둘러 표시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WBC 대회 기간 내내 선수교체 때에 김성한 코치를 대신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2004년 말에 겪은 뇌경색 후유증으로 아직도 몸이 약간 불편 상태이기 때문이다.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구원투수격으로 2006년 1회 대회에 이어 연거푸 WBC 감독직을 떠안았던 김인식 감독. 그는 자신에게 지워진 짐을 마다하지 않고 2년 연속 4강 신화를 일궈냈다. 게다가 이번엔 결승까지 진출했다.

야구인들은 흔히 지장이나 덕장, 용장보다 ‘복장(福將)’이 최고라고 말한다. 이상하게도 승운이 잘 따르는 지도자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김인식 감독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복장이라는 게 이번 대회를 지켜본 야구인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복장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김인식 감독처럼 난세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치밀한 수 읽기, 은근히 빛을 내는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라야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난을 이겨내고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김인식 감독을 우리는 이제 ‘위대한 지도자’라고 불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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