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좌파는 지독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자기 자녀는 미국으로 유학 보내면서도 미국산 쇠고기나 한·미 FTA 등 미국적인 모든 것이 증오의 대상이다. 자기 자녀가 전교조 교사 밑에서 배우는 것은 꺼리면서도 전교조에 대한 지지는 강렬하다. 북한에 가서 살기는 싫어하면서도 '친북(親北)주의자'나 '종북(從北)주의자'로 처신하고 있다."
대표적 우파 논객인 박효종(62) 서울대 교수가 일부 좌파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명(正名) 토론회: 한국 좌파, 과연 진보인가'의 기조발제를 통해서다.
박 교수는 "자유와 인권, 시장과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이기에 좌파로서 권력도 10년 동안 잡는 등 왕족처럼 살아온 것 아니냐"면서 "대한민국의 좌파로 살면서 그것을 가능케 한 대한민국의 실체는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980년대의 낡은 의식에 머물러 진보하지 않는 좌파 세력, 헌법적 가치에 대한 존경심도 없고 세계사적 흐름이나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좌파 세력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피땀 흘리며 살아온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기본적 권리나 문명사적 가치에 둔감한 좌파, 문(文)·사(史)·철(哲)의 기본 교양을 갖지 못한 수준 낮은 좌파를 '진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검은 백조'처럼 모순적 표현의 극치"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는 것이 공론(公論)을 세우고 사회정치적 쟁점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정의구현사제단'과 '참교육'을 사례로 들어 "공론의 장(場)에서 잘못된 이름이나 거품이 있는 용어들이 범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불편부당한 방식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며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이름과는 달리, 편협한 시각에서 독선적인 방향으로 행동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반대하면서 "신앙의 이름으로 단죄한다"고 한 데 대해 "신앙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모독하는, 이른바 신성모독과 같은 행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운하 정책에 대해 국민 누구나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지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거창하게 '신앙'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성(聖)과 속(俗)의 구분을 무분별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대운하를 반대하지 않으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정부가 대운하를 강행한다면 '순교자'의 자세로 목숨을 바쳐가며 반대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박효종 교수는 "민주사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일상의 정치·사회적 쟁점을 일일이 '신앙의 이름으로 반대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우리 사회는 신정(神政)국가가 될지언정 다원적인 민주사회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작년 촛불 집회 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드리고 가두행진을 벌인 정의구현사제단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의 공정한 행동이라기보다 특정한 가치관에 경도되어 나타난 편협한 정파적 행동으로 보여졌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부제(副祭) 서품까지 받았으며 지금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박 교수는 '참교육'을 내세우는 전교조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댔다. 학력 진단평가를 거부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나 행동을 수시로 하면서 교원평가 등을 통해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거부하는 것과 자신들의 요구를 '참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며 공론의 장에서 '정론(正論)' 비슷한 입장을 차지하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이명희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는 "전교조는 진보가 아니라 수구 및 파괴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좌파는 약자의 존엄성을 중시한다면서도 북한 정권의 가혹한 인권유린에는 한없이 관대하다"고 꼬집었다. 홍진표 사단법인 시대정신 이사는 "한국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진영의 80%는 이익집단이며, 20%는 화석화된 이념을 붙들고 비현실적 관념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